돈스코이-12진주의 정체
진주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듯 콧방귀를 끼
며돌아누워 버렸다.나도 내가 싫었다. 왕삐져 버렸으니 신사답게 침대를
그녀에게 내어주고 맨바닥에서 바지에 텐트를 치고 잤다. 갑자기 왠 텐트냐
고 제발 눈치없이 따져 묻지 않길 바란다. 아랫도리가 빳빳하게 서서 어쩔
수 없이 팬티로 세워놓은 텐트니까. 생각해 보라 혈기왕성한 대한민국의
젊은 남자 옆에 저렇게 이쁘고 섹시한 여자가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건지
자는 척하는 건지 하여튼 벌러덩 누워서 길고 매끈한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이리저리 꼬고 있는데 고자새끼가 아닌 다음에야 어찌 피가 아래로 안 쏠리
고 배기겠냔 말이다. 나는 텐트 기둥을 붙잡고 제발 아침이 오기만을 기도
했다.
다음 날에도 아침에 일찍 어딜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온 진주는 전날과 똑
같이 젖은 라운드 티를 입고 이번엔 깃털을 살랑살랑 흔들며 서 있었다. 물
론 노브라였다.
"옵빠 정말로 나 기억 안나염? 그러면 오늘도 그냥 자염."
(그냥 자염,이라니 염병허고 자빠졌네. 어제 한숨도 못잤다고!)
머리통을 이리저리 쑤셔보고 써니텐 처럼 흔들어 보아도 진주에 대한 기억
은 전혀 없었다. 왕가슴? 노브라? 설리?힌트가 될만한 것들을 모조리 주워
모아봐도 아무 소용없었다. 정말 미치고 환장 할 노릇이었다. 그녀는 야속
하게도 아무런 힌트를 주지 않고 깃털만 펄럭이다가 돌아누웠다.나는 이밤
을 또 쌩으로 까야만 했다.
(차라리 날 죽여 이년아!)
날이 밝자 잠을 한 숨도 못 자서 붉게 충혈된 눈으로 사후 피임약을 사러 약
국으로 달렸다. 오늘밤엔 억지로라도 해야겠단 생각에서였다. 그러다가 이
건 아니다 싶어서 방향을 바꿔 한약방으로 달렸다. 기억력 향상을 위해 총명
탕을 지었다. 끼니도 잊은채 세끼를 총명탕으로 내리먹었다.그러나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충혈된 눈을 하고선 주위 사람들에게 혹시 '양 진주'라는 섹시하고 가슴 큰
여자를 아느냐고 멱살을 잡고 흔들며 물어보았으나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 만약 찾으면 반드시 자기한테도 연락을 달라며 명함까
지 주는사람도 있었다. 꺼져라.
(오늘밤에도 진주는 최고의 고문도구인 제 몸뚱아리로 날 괴롭힐텐데..)
이젠 진주가 무섭고 두려웠다. 밤이 뱀처럼 너무너무 길고 징그러웠다. 고통
을 잊기위해 일에 집중하기로 작정하고 강남으로 차를 몰았다.
일곱시간 후 지칠대로 지친 나는 회사에 들러 12만원을 입금 후 집으로 돌
아왔다. 너무 오래 차를 몰아서인지 몰라도 입에서 타이어 냄새가 났다. 일
하느랴 온몸에 힘이 다 빠져서 이젠 양진주가 아니라 흑진주가 와도 흥분 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쨔잔~"
진주가 들고온 '오늘의 고문 도구'는 참으로 놀라웠다. 여름용 교복을 입고
머리도 양갈레로 묶어서 고등학생처럼 꾸미고 나를 맞았다.요단강을 넘어
생을 마감했을것 같았던 욕정이 또 다시 페니스와 함께 고개를 쳐들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미쳤어?"
속으로는 뛸듯이 기뻤지만 그런건 쉽사리 내색하면 않될것같았다.
"이래도 기억이 안나요? 정말 너무하네."
교복으로 대놓고 힌트를 줬는데도 기억나는게 전혀 없었다. 교복을 보고 떠
오르는건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성실히 시청해오고 있는 일본 야동밖에
없었다. 일본 포르노 속 여주인공들이 입고 나오는 세일러문 교복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섹시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었다.알지?모른다고? 죽을래?
그녀는 갑갑한듯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넌 갑갑하지? 난 아주 돌아버
리겠다야.
"7년전 군산. 기억 안 나염?"
"7년전..7년전이라면 내가 보물에 완전 미쳐서.."
중증 치매에 걸려 있던 기억력이 드디어 매의 눈을 치켜뜨고 과거의 한시점
을 날카롭게 쏘아보기 시작했다.
"가만, 그때 수학여행때 물에 빠졌었던 그 고딩? 헉."
상상도 못했다. 그 고딩이 이 여자 일줄은..
"네 맞아요. 인사가 늦었지만 반가워요."
인사가 늦다니 무슨소릴 .나는 어제부터 너의 몸뚱아리와 "주네마네"를 놓
고 여태까지 피튀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그때 성윤오빠가 바다에서 날 구해줬었잖아염."
"그랬었지.아,어쩐지 낯이 익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