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11컴백홈
진주가 사는 집을 바로 찾아내어 불이 나도록 벨을 눌러대도 인기척이 없었
다. 담장너머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동네 이름답게 다국적 이미지를 솔솔
풍기는 수백평 규모의 대저택은 고대그리스식 인테리어에 한강이 쫘악 내
려다 보이고 넓은 마당과 테니스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덩치 큰 수염고래가
헤엄치고 있을 것 같은 넓은 수영장엔 철썩철썩 파도까지 치고 있었다. 이
건 인간이 사는 집이 아니라 마치 신이 살고있는 집처럼 웅장하고 고급스러
웠다.주눅이 들어서 더 이상 초인종을 누를 용기가 나질 않았다. 짧은 시간
이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채 발라버린 그녀였다.
(왜 토낀걸까 분위기도 좋았는데. 왜 아무말도 없이 식신로드에서 그만 발
을 뺀걸까. 하도 먹어대서 혀가 고장이라도 난걸까.아님 내가 무슨 실수를
한 걸까.)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머리속을 정리하기 위해선 잠이 최고였다.아늑한
보금자리에서 이제 그만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드디어 나의 아름다운 보금자리에 도착했다. 허름한 1층 가옥은 여기저기
페인트 칠이 볏겨져 있고 구석의 벽돌도 세월에 못 이겨 뭉게져 있었다.대
문도 고장이 나서 제대로 열리고 닫히질 않았다. 이 정도면 집없는 박쥐가
들어와 살만도 한데 걔도 눈이 있는지 찾질 않는다. 보증금은 애저녁에 까
먹었고 월세는 꼴랑 23만원(원래22였는데 저번달에 만원올림)이었다. 싼
맛에 그냥 버티고 사는거지 들어올 때마다 삐그덕 거리는 저 대문하며 비
올때마다 정수기 기능을 발휘해 천장에서 쏟아지는 빗물하며 지금 철거해
도 이미 늦은감이 드는 집구석이었다. 누구는 UN빌리지에 사는데 누구는
UN의 원조가 절실했다.
대충 씻고 곰팡이와 집먼지 진드기가 약혼식을 올리고 있는 침대 위로 몸
을 던졌다. 긴장을 풀고 몸이 이완되자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딸깍."
불을 끄고 눈을 감으려는데 화장실 쪽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려왔다.요 며칠
사이 발정난 암코양이가 충혈된 눈깔을 하고선 내방에 기어 들어온다.내 앞
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야릇한 눈빛을 보내오곤 한다. 대체 뭘어쩌자
는 건지 쥐를 달라는건지 내몸을 달라는건지 알 수 없었지만 몰래 들어와 사
람을 놀래키곤 했다.
"야옹~"
역시 암코양이였다. 소리만 들리는거 보니 어딘가 숨어서 날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 밖으로 내쫒기 위해 그냥 위협용으로 손에 잡히는대로 아무거나 집
어던지고 고개를 베개속에 묻었다. "휘릭~"
"......"
플라스틱 빗자루를 던진것 같았는데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발정
난 미친 암코양이는 빗자루를 자위도구로도 삼을 수 있는건가?귀찬지만 희
귀한 광경을 눈으로 확인해 보기위해 불을 켜고 화장실쪽을 바라보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코앞에 양진주가 그것도 샤워를 금방 마쳤는지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쓸어내리고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커다란 흰색 라운드 티를 걸친
채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것이 아닌가.그녀의 하의실종 패션은 바라
보는 수컷으로 하여금 응큼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분명 허벅지까지만
노출되었는데 상상의 털까지 보였다. (분명 팬티 안 입었어.이거 지금 뭐하
자는 플레이지? 진정 플레이를 원하는 걸까?)
문제는 아래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위에 있었다.
"출렁~"
탱글탱글한 C컵 가슴이 축축히 젖은 얇은 옷위로 비추어 보이며 미친존재
감을 드러내며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뭐라고? 노브라냐고? 당연하
지 병신아.
어서 짜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듯했다. 쟤를 저렇게 보게 될줄이야.
손으로 짜야하나 입으로 짜야하나 고민하는 사이 그녀는 내가 던진 빗자루
로 벽을 살살 문지르며 가뜩이나 우뚝 서 있는 나의 말초신경을 고문하고
있었다. 비인간적인 고문이 급기야 바지 지퍼를 망가트리고 말았다.
이게과연 실화인지 싶어서 따가울 정도로 눈알을 비벼도 보고 각막을 꺼내
어 잘 닦아서 다시 넣어도 보고 별짓을 다해봤지만 빗자루를 손에 쥔 진주
는 눈앞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실화였다.
(저걸 얼른 쌈 싸먹으려면 상추가 필요해 상추가. 가만있어봐 냉장고에 상
추가 있었던가..정신 차려 미친놈아.)
"옵빠 나 기억 안나염?"
(우헤 기억 안나염,이라니. 설마 어제 오늘 겪었던 일을 두고 다시 묻는건 아
닐테고. 이건 분명 나와 그녀 사이에 쫀득한 과거가 있었다는 말. 그런 전제
를 깔고 나온 밑장빼기 질문이렸따. 어디보자.. 따먹은 년이 어디 한둘이어
야 말이지. 그래도 이렇게 이쁜애는 분명 기억이 날텐데. C컵 가슴과 나눈
부피감있는 로맨스.얼마나 풍요롭고 은혜로웠을까. 근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최근에 여자와 잔 기억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초미니 A컵 가슴을
빨다가 지쳐서 잠든 악몽 뿐이었다. 기억하기도 싫었다. 니미 박복하긴.
그런 내가 진주와의 황홀했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미치도록
억울하고 분했다.
"그게 말야..기억이 날것 같으면서도.."
"흥!"
(아니 삐지지말고.. 이게 지금 삐질 일이냐? 어차피 작심하고 들어온 거면
우리 이러지말고 같이 좀 누워서 기억을 차근차근 되살려보는건 어떨까?)
생식기에 시커먼 털이 슝슝 돋아 있은 본능이란 놈은 날 유혹했다.
"에이 장난이었어. 기억나지."
"내몸에 손대면 그 손목아지 잘라버릴꺼얏!"
나도 모르게 그녀의 가슴을 향하던 내 손목아지가 딱 멈췄다.더 이상 움직였
다간 작두에 손목이 잘려나가 피를 철철 흘리게 될것만 같았다.작두가 어딨
다고 쫄긴..
(그런데 얘 성깔있네.헐 무서워. 안 해 시발 더러워서.뭘해 병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