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을 벗었는데 넷째 발톱의 둘레를 따라 피가 묻어있다. 다른 쪽 발도 마찬가지다. 양말을 벗기 전까지 아무렇지 않았는데, 피를 보니 갑자기 아픔이 밀려온다.
발톱을 자르는 일은 손톱보다 훨씬 잦지 않다. 손톱을 자르는 일은 무척이나 쉽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알맞게 부드러워져 원하는 모양대로 잘각잘각 자를 수 있다. 또 손톱은 조금만 길어져도 타이핑을 하는데 걸거치고, 보기에도 좋지 않아 조금 길다 싶으면 그때 그때 자르기 마련이다.
발톱은 다르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도 부러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고, 그마저도 양말을 신겨 놓으면 잘 보이지가 않는다. 게다가 핸드폰을 만지듯 편한 자세로 자를 수 있는 손톱과는 다르게, 양반다리를 하든 쪼그려 않든 무릎을 최대한 굽혀야 한다. 그마저도 불편하여 오랜 시간을 버티기가 어렵다.
이렇게 발톱을 자르는 과정이 힘들다보니, 쉽사리 마음을 먹기도 힘들거니와 한 번 자르려고 마음을 먹으면 최대한 짧게 잘라서 사나흘은 아픔을 겪게 마련이라 더더욱 더디하는 것이 바로 발톱을 자르는 일이다. 그마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를 거르면 또 이삼일은 건너다 보니 나에게는 참, 발톱의 길이가 삶의 부침을 나타내는 척도인 것 같기도 하다.
본인이 청결하지 않고 게으른 것을 이렇게 구절하게 변명을 늘어 놓으니 아내는 얼마나 답답한 마음일까. 오늘은 아내가 보기 전에 얼른 발톱을 정리해야겠다.
2018년 1월 5일 작성, 1월 5일 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