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은 아주 많은 속성을 가지고(무속성도 속성) 그것은 그대로 있거나 없어지거나 변하거나 새로 생기거나 사라진다. 수많은 속성을 하나로 응집하는 것은 이름이라는 속성이다. 물질은 이름이 아니지만 이름은 물질일 수 있다.
물질은 공간을, 그리고 활동(비활동도 활동)을, 그래서 시간을 탄생시킨다. 거의 동시동작으로 한 세계가 이루어진다. 정신을 가진 물질은 상상활동을 하고 상상세계를 창출한다.
언어는 현상의 번역이다. 언어 자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은 아류의 불완전한 아류다. 복제의 불완전한 복제거나. 드러난 언어를 타고 올라 현상에 정확히 도달하고 다시 언어를 타고 내려온다.
글을 쓰며 곰곰히 생각한다. 이 글이, 이 글을 쓰며 하는 생각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어떤 생각이든지 생각은 의미가 있겠지.. 내면을 아주 샅샅이 밝히는 것이니까. 감추고 묻으면 모습은 사라지고 모습이 없는 것은 다시 모습을 찾기 어렵다. 횃불을 들고 선명한 것이든 희미한 것이든 보러나서는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잡는 것도 좋겠지만. 나도 아니고 다른 무엇도 아니고, 내 정신을 위하여.
사소하고 시시해도 처음과 중간과 끝이 있으면 세계를 완성한 것이다. 떡잎을 아직 달고 있어도 본잎을 한 장이라도 낸 어린나무는 봄의 훈풍에도 마를 듯 여려도 처음과 중간과 끝이 모두 있는 어엿한 세계다. 위대한 나무가 되는 것이 결정됐다.
사람의 처음은 생각이고 중간은 행동이고 끝은 말이다. 처음과 중간과 끝이 같다. 확신이 있고 단호하고 정직하다. 과정에 오류가 있어도 균형감각이 탄탄해 교정이 쉽다. 틀렸을지언정 음흉하지 않다. 한낮의 햇살이 쏟아진다. 속에는 콩알만한 블랙홀이 있어서 내부를 휩쓸고 정화해서 저쪽 이면에 아주 투명하지만 아주 찐득하고 아주 빛나는 것을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