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몸 상태가 안좋다는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깨자마자 서둘러 집을 나와 택시를 잡았다. 버스 시간이 촉박한데 오늘따라 택시가 왜이리 안잡히는지. 간신히 잡아타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내리려는데 휴대폰이 없다. 주머니에 넣었는데 없다.
머리도 못묶어 산발인데 망할 머리카락이 자꾸 엉덩이에 깔려 잡아땡긴다. 폰은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그 자리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휴 하고 폰을 챙겨 택시에 내렸다. 마지막 건널목을 건너려는데 장갑 한 짝이 없다. 두리번건리다 건널목 초입에 떨어진 것을 보고 얼른 주워 뛰듯이 걸어 횡단보도를건넜다. 다행히 표가 있었다. 몇 분 남아서 갈증해소를 하려고 옆 편의점에 들어가 생수를 꺼내서 계산하고 나오려는데 장갑이 한 짝이 없다. 아까 떨어진 것을 주운 후 계속 왼손에 꼭 쥐고 나머지 한 짝은 내내 오른손에 끼고 있었는데 대체 어디에... 편의점을 몇 번 뒤지고 내가 지나온 근처의 동선을 쭉 훑었지만 , 없었다. 한 짝이라 누가 주워갔을리도 없는데. 횡단보도를 건너고 터미널까지 한번 꺽어진 그 짧은 길에서 떨어졌다면 내가 못찾는 것이 당연하지만, 장갑을 줍고 나서 정말 꼬옥 손에 쥐었는데. 아이참....
그 장갑은 언니가 오래전에 새 장갑이 생겼다고 나한테 준 검은 가죽장갑이었다. 선물로 받았다는데 싼지 비싼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 상관없이 나는 이 장갑을 오랬동안 잘 사용했고 아주 좋아했다. 너무 아쉽다. 딱히 보온성이 좋다고는 못하지만 이것을 낀 후로 나는 장갑없이는 겨울을 날 수 없게 됐다. 나는 날이 추워지기 일찍감치 전부터 날이 완전히 풀려서 손이 후끈할 때까지 장갑을 꼈다. 보온도 보온이지만 정말 짜증이 날 정도로 싫은 정전기를 막아줬고 자외선까지 덤으로 막아줬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점이나 주근깨같은 것들이 많아서 자외선이 참 싫다. 그러면서 뭘 바르는 것을 너무도 싫어하는 이중적인 성질머리가 있다. 손에까지 선크림을 바르는 것 정말.. 나는 그래서 한 계절이라도 보온을 위해 끼는
이 장갑이 정말 좋았다. 하지만.. 이제 없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쉽다. 하지만 이제 없지. 아까 잃어버렸어. 흑흑.
다가오는 새 겨울엔 다른 가죽장갑을 사야겠다. 짝 잃은 장갑이지만 나는 이것을 버리지 않고 끼기로 했다. 한 짝이면 어때. 계속 내 손을 시리지 않게, 점이 생기지 않게(손등에도 점이 많이 생겼다), 정전기를 막아 짜증나지 않게 날 보호해주겠지.
버스 창밖으로 많은 것들이 지나간다. 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같이 스쳐지나간다. 잊지 않으려고 펜을 꺼내 빠르게 기록했다. 그동안 글을 쓰고 싶어도 입구가 막힌 호스처럼 꽉 막힌 느낌에 답답했는데, 이상하게 마구 떠오른다.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리긴 했지만 액땜일 거다. 엄마 건강 대신 내 장갑이 희생한 거지. 그리고 글감도 떠오르고. 엄마의 선물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