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겼고 그렇게 생겼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중요했다. 근데 어떻게 하고 싶은지가 중요했던 거다. 타고난대로 산다는 것이 자유라고 믿어왔는데 그건 반대로 구속이 아니였을까. 내가 선택해서 내 속에 들어앉힌 것도 아닌데 죽을 때까지 그것대로 산다는 게 자유가 맞나. 내 속에 들어앉은, 그러니까 나는 누구고 어떤 인간이며 어떻게 살아야 알맞게 사는건지에 심각히 골몰하는 것은 참 쓸데없지 않았나. 생겨먹은대로 살아야 한다는 관념에 심하게 사로잡혀 살았던 거다.
나를 알아야 어디로가든 발걸음을 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관념은 마음 저 깊은 밑바닥에서 의지와 선택이 행진하는 것을 진득하게 붙잡고 있었다. "야, 나도 데리고 가야지." 나를 알면 세상일 같은 건 술술 풀릴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되돌아올 길을 늘 나섰던 거지.
나만의 세계는 앞으로도 중요하다. 천성대로 살면 평온하지만 문명사회 이후의 인간은 태어나는 것보다 만들어지는 존재다. 물건과 다를 게 없다. 그런 게 마음에 들 수는 없다. 순수한 인간은 이 시대에 없다. 당연하지만.
왠지 오늘 하루가 가기 전에 아니 연휴가 끝나기 전에 나에 대해 골몰히 생각해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