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인터뷰를 핑계 삼아 오랜 만에 쓰는 안부 일기(feat. 마나마인)

chaelinjane(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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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의 안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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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토요일의 기록│chaelinjane@chaelinj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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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aru, New Zealand / ⓒ chaelinjane, 2018








우박이 쏟아진 어느 여름날에




 오후 5시 10분, 샤워를 마치고 프랑스 친구인 세브에게서 빌린 플런저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다.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에 폭우가 쏟아져 이틀 동안 8시간 밖에 일을 못했기 때문에 토요일인 오늘도 일을 했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햇볕이 땅 위의 빗물을 금방이라도 말려버릴 기세로 뜨거웠는데 어제 오후부터 구름이 몰려오더니 하루종일 간헐적인 비를 뿌려댔다. 이곳의 날씨는 살갗을 따갑게 만들다가도 흐린 날이 계속 되면 기온이 떨어져 옷을 몇 겹이나 껴 입게 한다. 폭우가 쏟아졌던 월요일에는 순식간에 비가 우박으로 변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숙소로 돌아와야했다.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던 와이파이는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끊겨버렸고, 외부와 단절된 채 어제까지 일기예보도 확인하지 못했다. 다행히 신호가 돌아왔긴 했지만 비가 계속 오니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제대로 올라갈지 확신할 수가 없다.








마나마인과 필진 인터뷰를 하다




 두두와 나는 11월 5일부터 뉴질랜드 남섬 애쉬버튼(Ashburton) 지역에 있는 어느 과수원에 머물고 있다. 13개국에서 온 스물 두 명의 워홀러(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머물고 있는 여행자)들과 농장 안 숙소에서 함께 지내며 일하고 있는 중이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30분의 유급 휴식을 포함해 매일 사과나무 앞에 서서 10시간 동안 일을 한다. 이곳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나마인의 상혁 님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마나마인 필진 인터뷰를 진행해보고 싶으시다는 내용이었다. 제대로 글도 못 써내고 있는데 이렇게 인터뷰까지 해주시다니, 너무나 감사했다. 그렇게 실시간 채팅과 이메일 질의 응답 중 후자의 방식으로 마나마인과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인터뷰 전문은 이곳에서 읽어보실 수 있답니다( ͡°͡° ͜ʖ ͡°͡°)



 그 다음날 총 8개의 질문이 도착했다. 일을 마치고 자기 전까지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온전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최선을 다해 질문에 답을 써내려 갔다. 어떤 날은 너무 졸려서 답변을 쓰지 못하고 잠든 적도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 만에 답변을 담은 회신을 보내드렸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주셔서 죄송하고 감사했다. 상혁 님께서 던져주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가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그동안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던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그동안 2018년의 날짜들이 이루는 물결 속에서 어디로 흐르는지도 잊은 채 열심히 헤엄을 치다가, 잠시 정신을 차리고 주위의 큰 바위 위로 올라와 숨을 가다듬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절묘한 타이밍에 이루어진 마나마인 인터뷰 덕분에 기록자로서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런 시간을 마련해주시고 글로 실어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분리의 축복




 그동안 과수원 일에 빠르게 적응하여 지금은 정신과 육체가 완전히 분리된 상태로 일을 할 수 있다. 첫 주는 불필요한 나무가지를 제거해주는 Pruning 작업을 했고, 이번 주는 한 다발에 단 하나의 열매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손으로 따는 Thinning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간단한 반복 노동은,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라디오 특강을 들을 수 있는 온전한 정신 상태를 허락한다. 그동안 자연 과학 분야부터 시사, 철학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방송을 들으며 일을 했다. 인위적이고 해로운 물질이 아닌 자연을 매만지는 것은 퍽 사랑스럽고 말 그대로 인간에게 '자연'스럽다.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기분으로 일을 할 수 있으니 육체 단련과 돈 벌기, 공부, 기분 전환을 한 번에 해결하는 셈이다. 비가 많이 내리면 작업을 중단하고 숙소로 돌아와야 하지만 그때는 쉬면서 생각을 써 내려갈 수 있으니 좋고, 날씨가 좋으면 위에 언급한 일석사조의 이유로 좋다. 해보지 않았으면 농장 일의 매력을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자연 속에서의 육체 노동을 제대로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정말로 며칠 일 하다가 몸살이 날 줄 알았다!) 생각보다 잘 해내고 있어서 만족스럽다. 일하는 것도 좋지만, 하루 빨리 기록자로서 살 수 있는 시간들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이곳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만족은 마음을 설레게 하니까.






│by chaelinjane@chaelinj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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