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의 퇴사 D-day 그리고 분쟁
9월 5일 오후 한 시의 기록 │ by
기록의 형태로 조금씩 진행 상황을 적는 게 나을 것 같다.
회사의 지속적인 만행(입금 날짜에서 자꾸만 늦어지는 임금 지급, 추가/연장 근무 임금 체불, holiday pay 미지급─지급 거절 시 바로 노동청 신고 예정, 과도한 업무량 등등.)으로 질릴 대로 질려버린 우리는 결국 이 회사와 연을 끊기로 결심했다. 한 달 전에 두두가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선언을 했지만, 서면 없이 면대면으로 전달하는 바람에 '회사에 일할 사람이 없는데 너까지 왜 이러냐, 없던 일로 하자'가 되어버렸고 이번에는 확실하게 알아본 뒤 일을 진행했다. 2주 전 수요일, 증거가 명확히 남는 e-mail로 사직서를 전달했고, 그 후 통상적인 notice 기간인 2주가 지나면 회사에 나올 필요가 없는 게 이 나라의 법이다. 근데 디렉터는 본인 메일함도 안 열어보는지 별다른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고. 나중에 두두가 퇴근할 때 '작별 인사'를 건네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다. 뉴질랜드 노동청에는 위에 언급한 문제 중 임금 체불 사유로 employment mediation(중재)을 요청한 상태고 우리는 법적인 재판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진 쪽이 재판 비용 지불하는데, 객관적인 정황으로 우리는 패소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틈틈이 증거 자료를 정리하는 중이다. (+ 나도 지난 출장 때 $200 정도 되는 홀리데이 페이를 지급받지 못했다.)
그 사람은 이민자 주제에 이 나라의 법은 존중하지도 않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무조건 '싸게' '빨리' 가능하다고 약을 친다, 그러나 현실상 매우 불가능), 그 피해는 애꿎은 계약자들과 직원들이 다 겪게 만든다. 직원들 임금 체불이 한 가득인데 갑자기 며칠간 옆 나라로 여행을 떠나버린 적도 있다. 본인 잘못에 대한 책임 대응도 10대 청소년보다 못한 수준이고, 단 몇 개월 지켜봤을 뿐이지만 회사일을 그저 '장난'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업계의 협력 업체들이 이 회사와 일하기를 꺼려한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이리저리 신뢰를 다 잃은 상황이다. 도대체 무엇으로 저 사람은 이십년 가까이 이 사회에서 버텨온 것일까.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타인을 괴롭히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사람, 두고 볼 수가 없다.
그 무렵, 두두가 꼭 해 보고 싶은 일을 발견했고 연락이 잘 되어 인터뷰 날짜도 받았다. 작업장은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 부근. 문제는 인터뷰 날짜가 9월 6일이라는 것! 아직 회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플랫을 나가려면 노티스 기간이 필요하기에 당장 오클랜드의 살림살이를 정리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다행히 꽃샘추위로 남섬의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현장 실습 인터뷰가 일주일 연기되었다고 어제 연락이 왔다. 겨우 며칠이지만 가능성을 다 따져봐야 할 때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 노동청의 담당 코디네이터가 정한 employment mediation 날짜는 9월 24일
- 크라이스트처치 직장의 인터뷰 날짜는 9월 11일
- 플랫에서 나갈 때 필요한 노티스 기간은 보통 2주
-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지낼 집도 구해야하는데, 일단은 떠날 날짜가 확실하지 않음
그야말로 골치가 아프다 ººل͟ºº (feat 두두 닮은 윌 스미스)
오늘 아침에 노동청에 문의한 결과 mediation 미팅 때는 직접 참석하지 않고 전화로도 가능하다고 했다. 오클랜드 밖에 있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것. 남섬으로 내려가지 못할까 걱정이었는데 9월 24일이란 날짜에는 더 이상 얽매이지 않아도 괜찮게 되었다.
고생 정말 많았다. 두두가 정말 고생을 너무 많이했다. 저질스런 회사와는 작별을 고하고 당분간 늦잠도 자고 쉬면서 남섬으로 내려갈 계획을 세워야겠다. '뉴질랜드에서 일할 때 꼭 알아야 할 노동법' 포스팅도 조만간 올려야지. '한국에 가만히 있지 사서 고생을 하고 있네'라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이렇게 부딪히고 깨지고 처음 겪는 일들에 온몸의 세포를 부르르 깨워보는 것도 그리 나쁜 경험은 아닌 것 같다. 또 다른 이들이 유사한 일을 겪지 않게 도와주는 것도 우리가 세상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 생각한다.
│by @chaelinj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