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의 기록│저마다의 힘든 삶을 이해하는 것

chaelinjane(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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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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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 금요일 오후 12시부터 7월 9일 월요일 오후 2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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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elinjane





  2시간의 여유




 숙소의 세탁실 소파에 앉아 크림이 든 크로와상에 모카커피를 마시고 있다. [7월 2일의 기록] 이후로 처음으로 노트북을 열었다.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했지만 뜨거운 샤워로 몸을 이완시키고, 미리 데워놓은 침대 속으로 들어가면 … 정신을 잃고 잠이 들고 마는 것이다. 어제 나는 첫번 째 현장에 홀로 남아서 새벽 3시까지 작업한 뒤 철수하고, 두두와 부장님은 저녁을 먹고 짧은 휴식을 취한 후 두번 째 현장에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밤샘 작업을 했다. 지금 내가 현장이 아닌 세탁실에 있는 건 우리의 동선이 살짝 비틀어진 덕분이다. 오늘은 오후 네 시에 출근해서 나는 첫번 째 현장 작업을 하다가 밤중에 두번 째 현장에 합류하기로 했다.


 삼일 전에 빨래를 하러 왔을 때, 오래되고 투박한 대용량 세탁기/건조기의 위력을 체감했기에 이번에는 한 번이라도 입었던 옷은 죄다 들고 왔다. 세탁실과 하우스키핑 스태프의 방이 있는 501호는 우리 방의 옆 건물. 내가 챙겨온 유일한 외투인 항공 점퍼도 그간 쌓인 먼지를 털어 내야겠다 싶어서 얇은 잠옷만 입고 세탁실로 향했다. 세 사람의 묵직한 빨랫감과 노트북, 다이어리, 콘센트, 머그컵, 포크, 빵 두 조각도 함께 들고 갔다. 글을 쓰다보니 정오가 되었다. 간혹 햇볕이 들지만 홑겹의 얇은 맨투맨 위로 찬 공기가 스며든다.










  건강하게 '존버'하기




 나의 강력한(!) 제안으로 회사에서 받은 공용 식비로 35알이 들어 있는, 씹어먹는 비타민 C 1000mg을 샀다. 면역력 강화에 비타민 만큼 좋은 게 없으니 하루에 하나씩 무조건 챙겨 먹자고 했다. 부장님은 이거 한 알 먹는다고 달라지겠냐며 믿지 않다가, 복용 이틀 째에 지속된 기관지염증이 정말로 잦아들자 비타민C를 본격적으로 신뢰하게 되었다. 나는 비타민 C를 만병 통치약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웬만한 병의 근원은 피로 누적과 면역력 부족에서 오는데, 비타민 C는 가장 기본적인 건강의 기초를 다져주는 물질이다. 다른 약은 모르겠다. 우선 비타민 C만이라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요즘 나의 건강 지침이다. 이렇게 고된 강행군이 이어지는 데도 내가 별탈 없이 버티고 있는 걸로 효력을 실감할 수 있다. 작은 뾰루지 하나가 올라오다가 비타민C 덕분에 그대로 가라 앉아버렸다. 비타민 워터에, 과일 주스에, 비타민 C 약까지, 평소보다 건강에 더욱 신경 쓰다 보니 (고생하는 거 티도 안나게) 얼굴빛까지 좋아졌다. 더 어릴 때(?!)부터 열심히 챙겨 먹을걸!










  주말 순-삭




 토요일은 오후 2시에 출근해서 오늘 아침 7시까지 일을 했다. 금요일 새벽 두 시에 두두가 데리러와서 함께 두번 째 현장으로 갔는데 일한 지 5일 만에 처음으로 극심한 졸음이 몰려왔다. 밴에서 50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한결 나았다. 예정대로라면 일요일날 일을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클랜드로 돌아갔어야 하는데, 현장이란 게 변수가 많아서 일주일 정도 더 일하게 되었다. 하루 정도는 쉬면서 일하고 싶은데 논스톱으로 일을 해야 마감 기한을 맞출 수 있기에 휴식은 바랄 수가 없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니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극에 달해서 일요일 새벽에는 감정적으로 무척 예민한 상태에서 작업을 이어나갔다. 최악의 컨디션이라 일의 능률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래서 부장님과 두두에게 너무 미안했다.


 간판을 담당하는 법인장이 일을 엉망으로 하는 바람에 현장 쪽에서 추가로 작업해야 할 부분이 늘어났다. 지금껏 그 사람만큼 회사륾 진흙탕처럼 운영해나가는 사람을 처음 봤다. 돈 된다고 무조건 일을 다 받는 바람에 어느 시점부터 시간이 죄다 뒤틀렸단다. 지금은 직원들 컨디션 조절도 안 되게 겨우겨우 쳐내는 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인맥으로 유지하고 있는 모양인데, 두두가 회사를 다니고 나서, 일을 하다가 관두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회사가 곧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에게 신뢰도 얻지 못하는 회사, 정말 암울한 전망 아닌가.










  비가 내리는 선룸에서




 아침에 잠에 드는 게 몸에 익지 않은 나는 정오 무렵에 피곤을 주렁주렁 달고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잠을 더 자고 싶지만 잠이 오지 않기에 잠깐 글을 쓰는 나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월요일이 되었구나. 비타민C가 든 통이 텅텅 비었다. 어제 내 상태가 영 좋지 않아 부장님과 두두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서 빨래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세탁기를 돌려 놓고 초코 머핀과 커피 한 잔을 타서 노출된 복도 끝에 있는 선룸으로 나왔다. 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은데 그게 불가능하니 아예 생각을 잃은 상태다. 나에게는 이런 게 일생에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이벤트에 불과하지만, 이런 삶을 어쩔 수 없이 일년이고 오년이고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삼십년이고 지속해야 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산책할 여유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사람들. 누군가 이번 휴가 때 어디로 해외여행 갈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뭉개진 일상 속에서 숨을 쉬기도 버겁다. 잘 나가다가 사업 때문에 순식간에 몇 십억대 빚쟁이가 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 일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 부장님의 삶이 그렇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모든 이들의 삶이 그렇다. 손가락 관절이 퉁퉁부어 타자 치는 것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게 기록을 남기고 있는데, 누군가의 눈에는 호텔 선룸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펼쳐 글을 쓰고 있는 이 삶이 빛깔 좋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누가 더 힘들고, 누가 더더더더더 힘들고, 이런 걸 따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들 저마다의 힘듦이 있으니 서로 도울 수 있을 때 돕고,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기 같은 거 칠 생각하지 말고, 남의 돈 탐내지 않으며 서로의 일상을 힘껏 응원해주고 응원 받는 수밖에.




│by chaelinjane@chaelinj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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