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시절, 저는 학교 앞에서 자취를 했습니다. 오래된 원룸이었기 때문에 온수시설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나 그 진가(?)는 한겨울 샤워를 할 때 발휘됐습니다. 저는 샤워실 옷걸이에 허물 벗어 던진채 수도꼭지 앞에 다가섰고, 추위에 떨며 조심스럽게 물을 켜고 수도꼭지 방향을 좌우로 틀며 체온에 적당한 온도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적당한 온수가 나와 샤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비누칠을 하기도 전에 저는 괴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적당했던 온수는 갑작스럽게 막 폭발해버린 용암수로 변했고 저는 순간적으로 수도꼭지를 반대방향으로 틀었지만 이건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모든걸 녹여버릴듯한 마그마가 순식간에 빙하수로 변해버렸고 저는 또 한번 온도의 방향을 틀었지만 역시 돌아온건 아까 그 마그마였습니다. 케케묵은 온수기와 저의 바보같은 행동의 콜라보로 제 몸은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렸죠.
저는 샤워실의 바보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샤워실에서 하는 바보같은 행동을 말해주는 경제학 용어를 말 그대로 '샤워실의 바보'라고합니다. 주로 정부의 계획없는 섣부른 판단과 개입으로 경기가 극단적으로 온수, 냉수를 오가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볼까요? 한때 부동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 각종 규제강화책을 내놓다가, 갑작스럽게 침체해버리면 다시 규제를 풀어버리는 저차원적인 정책을 폈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시장은 심각하게 과열되어 짧은 기간내에 어마어마한 투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다시 또 강력한 규제를 내놓고 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암호화폐시장을 생각해보시면 딱 '샤워실의 바보'가 떠오릅니다. 시장이 마그마처럼 과열되자 정부는 즉각적으로 '거래소폐지'라는 빙하수를 부어버렸다가 여론이 심각해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무근'이라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메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될까요? '보이지 않는 손'에 어느정도 시장을 맡기고, 정부는 적당한 선에서 관리감독만 해주어도 시장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며 냉수와 온수를 반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바라건대 부디 2018년엔 부동산과 암호화폐시장에 어설픈 경제정책을 펼쳐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