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어디 한 번 맛 좀 봐라 하고 작정이나 한 듯이 북극한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한사온이라는 겨울철의 추위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된 것 같습니다.
북극한파가 잠시 물러갈라 치면 어느 곳에 뭉쳐있던 것인지 미세먼지에 초미세먼지까지 몰려오니, 가뜩이나 활동량이 적은 계절에 더더욱 움츠리게 됩니다.
지난 주말, 당근이 남편 꽃비는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괴산에 소나무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를 보러 가야한답니다.
그러니 선택을 하라고 합니다. 같이 갈 것인지, 집에 있을 것인지...
당근이는 새벽에 날아 온 재난안내문자를 보며 걱정을 아주 잠깐만 하다가는 짐을 꾸립니다. 집에 남아 있는다면, 꽃비가 집에 들어 올 때까지 두 아이들은 모두 제가 감당해야 하니까 망설이면 안 됩니다.
그리하여 따라 나선 괴산 기행...
나무가 주요 테마지만, 주연은 북극한파였습니다.
괴산에서 만나 본 소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어르신들은 언젠가 나무를 주제로 한 포스팅을 할 때 소개하도록 하고요.... 오늘은 산막이 옛길을 소개하겠습니다.
길 초입에 이런 안내석이 서 있군요. 날씨가 너무 추워서 한 번 읽지도 못하고 사진만 찍었습니다. 옛길이니 옛날옛날부터 과거 보러 선비들이 걷고, 봇짐 장수, 박물장수들도 걸었겠지요. 이 길을 걸어 시집을 간 어린 처녀아이도 있을 것이고, 또 이 길을 걸어 몇 년만에 친정집으로 엄마를 보러 왔을 겁니다. 길을 걸었던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생각하며 길을 천천히 걷고 싶었는데, 추위에 쫓겨 발걸음이 절로 빨라집니다.
안내석을 지나 조금 더 걷다 보면 고인돌 쉼터가 있는데요, 이곳은 갈참나무 연리지가 있어서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세계에선 나름 유명한 곳입니다.
나무 줄기 사이에 난 구멍이 보이지요? 본래 다른 개체였던 두 나무가 한 나무처럼 자라고 있네요. 그냥 자연현상일
뿐일 테지만 사람들은 이런 연리지를 보면 의미를 붙이고 싶어 합니다. 이를테면, '사랑' '영원히 함께 하자'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 같은 것 말이죠.
그래서 연리지와 관련된 전설도 많습니다. 한 가지만 소개합니다.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의 강왕이 한빙의 아내를 빼앗아 후궁으로 삼고 한빙을 변방으로 쫓았습니다. 한빙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 소식을 들은 한빙의 아내는 남편과 합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긴채 남편을 뒤따릅니다. 그러나 강왕은 멀리 떨어진 곳에 무덤을 만들게 했지요. 그날 밤 두 무덤에서 나무가 나더니 열흘도 안 되어 아름드리로 자라 가지와 뿌리가 서로 맞닿았고, 나무 위에는 한 쌍의 원앙이 앉아 슬피 울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원앙의 울음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한빙 부부의 넋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곳 갈참나무 연리지에도 어떤 전설이 전해져 올까요?
고인돌 공원을 둘러싼 울타리에는 수많은 약속과 소원들이 달려 있네요.
동탄 국제고에 합격하게, 엑소를 만나게 해 달라는 이 소녀의 바람은 이루어졌을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옛길을 걷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기 전에 오르막이 끝나는, 순한 고갯길입니다. 솔내음이 상쾌합니다. 몸이 가벼운 아이들은 단숨에 계단을 뛰어올라 갑니다. 고갯마루에 오르면 걷기 좋은 경사가 완만한 길이 이어지고, 조금 더 걷다 보면 소나무 출렁다리가 있습니다.
다리 이름이 순하고 옛스럽습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 난데없이 출렁다리?'라고 의아할 정도로 뜬금없습니다.. 출렁다리 입구에 올라서기 전까지는요.
출렁다리로 먼저 들어선 꽃비는 온 산이 울릴 정도로 탄성을 지릅니다. 그래서 저도 서둘러 출렁다리로 들어섰지요.
아, 정말 끝내주는군요. 소나무 늘어선 그 사이로 소나무를 기둥 삼아, 산 사면을 따라 경사가 지게 출렁다리를 놓았군요.
출렁다리 입구에서 본 모습입니다. 사면을 따라 다리가 놓여 있지요. 거기다 다리의 발 디딤목 사이가 뚤려 있어서 한발한발 걸을 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합니다.
한 발 내딛고 싶지 않으신가요?
출렁다리는 (제 느낌상) 총 200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는데, 중간 즈음에서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어느 쪽으로 가든 문제가 없습니다. 당근이의 아들은 오른 쪽 길을 딸과 당근이는 왼쪽길을 골랐어요. 왼쪽 길에서 다람쥐처럼 걷는 아들을 담아 보았는데, 출렁다리의 높이도 가늠이 되지요? 높이가 높은 곳은 4미터 정도, 낮은 곳은 2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역시 제 느낌입니다.
드디어 출렁다리 끝까지 왔습니다. 끝에는 요런 문이 있군요. 다리의 폭이 좁고 위험성이 있어서 입구와 출구가 정해져 있습니다. 다리 중간에서 서로 반대쪽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마주치면.......무척 곤란하겠지요.
출구는 옛길로 이어져 있고, 옛길로 올라가려면 출렁다리를 건널 수 있지만, 내려가려면 옛길을 걸어야 하지요. 물론 출렁다리의 그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다시 맛보려면 출렁다리 입구로 돌아가면 되겠지요.
당근이네가 출렁다리를 건널 때는 다 늦은 오후, 다리를 걸어보려는 분들이 없어서 역주행도 한 번 해 보았습니다만.....하핫
추위가 조금만 덜 했다면 옛길을 좀 더 걸어보고 싶었는데, 아이들 걱정도 되고 또 집으로 돌아갈 길이 멀어서 이번엔 출렁다리를 걷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만 발길을 돌렸씁니다. 날이 풀리고 새싹이 돋을 때 쯤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아쉬움을 남기고 내려가는 길, 올라가는 길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이 눈에 띄네요.
바로 막걸리병으로 만든 바람개비입니다. ^^
정말정말 추웠던 날
아이들과 나선 괴산 나들이는 말도 못할 정도로 추웠지만, 즐거웠습니다.
추운 날, 이불 밖은 몹시 위험하죠. 그래도 이불을 걷어차고 밖으로 나가보면 또 재미난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답니다.
(너무 신나게 뛰어놀던 딸랑구가 감기에 살짝 걸린 것은 비밀이고요..)
그런데, 다음 주말에도 이렇게 추운데 또 어딘가로 가자고 꽃비가 말하면.... 어떡할까요?? ㅎㅎㅎ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