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가 끝났습니다.
당근이는 2월 15일 아침에 시댁으로 출발하여 18일 귀가했어요. 시댁에서만 쭉 있다가 왔는데 - 친정에 못 간 이유는 포항 북부지역 지진 때문- 3박 4일 동안 글을 끄적거리지 못해 몹시 섭섭했답니다. (어느 새 젖어 든 스팀잇이라는 가랑비)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뭔가를 끄적여보기로 합니다.
전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전 코너에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부치기로 했다.
나와는 띠동갑, 모 무술 국가대표 선수였던 동서와 전을 부쳤다.
꼬치산적 12개, 고구마전 8개, 부추전 2장.
시어른들께서는 무엇이든 조금만 만들어 먹고, 부족하면 사다가 먹으면 된다는
명절의 대원칙을 갖고 계신 분들이다.
명절 준비의 꽃인 전 부치기가 너무 빨리 끝이 나서, 떡국에 얹을 달걀 지단과 나물 세 가지와 떡국 육수를 만들어 놓았다.
15일 오전,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시엄니랑 마트에 갔다.
먹을 것과 먹고 싶은 것과 먹어보고 싶은 것들을 약 25만원어치 사 왔다.
시어부지께서 좋아하시는 순대를 안 샀다.
시아부지께서 마트에서 사 온 떡을 드시면서 순대 얘기를 계속 하신다.
시동생네가 오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순대를 사 오라고, 반드시 순대를, 무슨 일이 있어도 순대를 사 와야 한다고
시동생에게 전했다.
순대를 먹었다. 아버님께서 흡족해 하신다.
추석 장을 보러 갈 땐 순대부터 수레에 담기로 다짐한다.
명절엔 역시 순대.
나와는 띠동갑, 모 무술 국가대표선수였던, 또 나와는 종친인 동서의 친정어머니께서
구이용 소고기를 보내셨다.
소고기를 구워서 14일, 설날 전날 저녁을 먹었다.
소고기를 씹으며, 이 소의 생전을 생각해 본다.
소는 눈이 크다.
소는 순한 울음을 운다.
소는 겅중겅중 망나니처럼 뛰고싶다.
소는 슬플 때 큰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소는 마른 볏짚과 수입옥수수 사료를 먹지만, 싱싱한 풀이 먹고 싶다.
소는 추운 날은 콧구멍에서 김이 무럭무럭 뿜어져 나온다.
그런 소의 고기가 적당히 구워져 먹기 좋게 잘린 채 접시에 놓여있다.
나는 깨닫는다.
음식 앞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소고기는 맛있다.
문어가 많이 잡히는 고장으로 시집을 간 시누이의 시부모님께서
친정 식구들과 먹으라며 용왕의 아들인 듯 커다란 문어를 보내셨다.
적당히 삶은 문어가 썰기 좋게 살짝 얼어있다.
용왕의 아들일 수도 있으므로 나는 문어의 다리에 칼을 댈 수 없다.
시누이는 용왕이 걸어 올 수도 있는 전쟁에서 이길 만한 카리스마가 있으므로
칼은 시누이가 잡는다.
문어는 최대한 얇게 썰어야 먹기 좋다며 용왕의 아들일지도 모르는 문어가 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훈수를 둔 후 속히 거실의 밥상 앞으로 피신한다.
문어는 역시 초장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다.
막내 시누이네가 방어 회와 우럭회 여섯 접시를 사 왔다.
방어와 우럭이 저 바닷속을 헤엄치던 때를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회는 소맥이랑 먹어야 한다며, 회를 사온 막내 시매부가 소맥을 말아 준다.
나는 사양할 줄 모르는 사람.
소맥을 마신다. 방어회가 꼬숩다.
시댁 형제들 중 사실상 서열 1위인 둘째 시누이가 빈 잔을 채워 준다.
술자리에서 빈 잔은 예의가 아니다.
나와는 띠동감이며, 모 무술 국가대표 선수였던, 나와는 종친인 동서가
13개월 된 아들을 업은채 힘겹게 소맥을 마신다.
시아버지께서
아이를 당장 눕히라고 하신다. 엉덩이에 뿔난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시누이들의 아이들로부터 아이를 보호해 줄 테니 아이를 눕히고 편히 술을 마시라 하신다.
순대와,
술자리를 즐기는 며느리의 편의를 봐 주시는 것과
그 술자리에서 나온 빈 술병을 치워 주시는 것과
무엇이든 맛있는 것을 많이 먹으라며 자꾸 꺼내오시는 것을 좋아 하시는
아버님을 나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당근이의 설 연휴를 먹은 음식을 중심으로 기록해 보았습니다.
보팅이나 팔로우나 리스팀을 바라고 쓴 글은 아니고,
(굳이 사양은 아니 하겠습니다만....호호호)
그냥 연휴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다음 연휴를 기다리며, 또 힘 내서 살아 보아요~~^^
살아 갈수록 재미나는 인생
날이 갈수록 신나는 스팀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