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 1 . 1. (1) 쌀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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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 떨어졌다!

그렇다. 조금씩 사다 먹는 쌀이 오늘 저녁밥 짓는 것으로 똑 떨어졌다.
쌀은 금요일에 집으로 배달된다.
난 조그만 5인용 무쇠가마솥에 밥을 짓는다.
(내 사랑 무쇠가마솥 이야기도 언제 풀어놓을 예정)
거기다 밥을 하면 네 식구가 2끼 정도는 먹을 수 있다.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 내일 점심까지 먹을 밥은 된다.
내일 저녁은 어쩌니?
나는 내일 저녁 주스파 멤버들과 회동이 있다.
(주스파에 대해서도 다음에 풀어놓을 예정)
아이들과 남편은?
걱정 말자. 햇반이 있으니까.
그리고 한 끼 정도 밥 안 먹는다고 죽지는 않는다.
즉, 오늘 저녁, 쌀이 똑 떨어졌다고 해도 괜찮다는 말씀.

라면국수, 혹은 국수라면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5년쯤 전,
우리 엄마는 아침 먹고 나면 점심을 걱정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을 걱정했다.
농사철이 아닌 겨울에 특히 걱정이 많았다.

아침은 밥을 먹고,
점심은 라면 두 봉지에 국수를 라면의 서너배 많이 넣고
김치와 파 등을 넣고 휘리릭 끓여서 아홉 식구가 먹었다.
우리 형제가 5남매,
엄마랑 아부지, 그리고 할배와 할매까지 아홉 식구였다.
아부지와 할배 그릇에는 라면면발이 많았고
그 다음은 오빠 그릇에 꼬불한 면발이 많았다.
나는 그것이 늘 불만이었다.
국수면발보단 쫄깃하고 통통하고 꼬불한 라면 면발이
훨씬 맛있다. 그런데 내 그릇엔 국수 면발이 많았다.
엄마 그릇엔, 김치쪼가리가 많았지만
그땐 내 입이 더 중요했다.(엄마, 미안)

세월이 한참 지나서 알았다.
겨울철 점심을 늘 라면국수로 떼워야 했던 것은
양식 즉 쌀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밥 대신 식구들의 끼니를 떼울
여러가지 음식을 많이 만들었다.

호박죽, 팥죽, 시래기죽, 콩죽


등 죽 종류는 저녁에 자주 먹었다.
이 중 생콩가루를 넣고 끓인 콩죽을 들기름에 들들 볶은
시래기나물과 김장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

배추전, 김치전, 고구마전


같은 전 종류는
라면국수와 함께 점심으로 자주 먹었다.
배추전은 식용유에 들기름을 섞어 부치면
구수하고 들큼한 맛이 좋다.

아, 콩국시


를 빼 놓으면 섭섭하다.
생콩가루를 넣고 만든 국수반죽을
길고 널따란 나무판에 기~다란 홍두깨로 밀어서
콩국시를 만들었다.
엄마가 국시반죽을 홍두깨로 밀 때는
엄마만의 리듬이 있었는데, 그건 흉내를 낼 수가 없다
암튼, 애호박만하던 국시반죽은 어느 새 얇게 펴 졌고
엄마는 밀가루를 술술 뿌린 후 휙휙 접어
아부지가 숫돌에 슥슥 갈아 준 부엌칼로 똑똑똑똑 자른다.
그것을 멸치된장 육수에 배추잎과 파 같은 것을 넣고
후루룩 끓여내면....................

국시꽁다리


콩국시를 만들 때는
우리 남매는 엄마 옆에 찰싹 붙어앉아서
국시꽁다리를 기다린다.
똑똑똑똑 얇게 펴진 국시반죽을 국수로 자르다 보면
끝부분은 더이상 자르기 애매하게 남는데
마침 사랑방 아궁이에는 그 국시꽁다리를 구워먹기 좋게
숯불이 자글자글 타고 있는 것이다.
오빠하고 언니하고 나는
아궁이 앞에서 국시꽁다리가 구수한 냄새를 피워올리며
바삭하게 구워지는 것을 쳐다보고 있다가
적당한 때에 휘딱 꺼내서는
참, 맛나게도 먹었다.

구수하고 들큼한


쌀이 부족해서
울 엄마는 애를 태우고
밥을 대신할 끼니꺼리를 생각하느라
농한기를 걱정으로 보냈겠지만
덕분에 우리 형제들은
이렇게 구수하고 들큼한 이야기꺼리를 갖게 되었으니
부족한 것이 불행한 것은 아니다.


블로그를 열고 글쓰기 버튼을 누를 때는
간단하게 몇 개의 에피소드를 적으려고 했는데
35년 전으로 돌아갔다가 왔습니닷.

덕분에
들큼구수한 옛날 맛이 혀끝에 맴도는
아련한 저녁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분은 어떤 저녁을 맞이하셨을까요?

당근이의 닥. 1. 1. 프로젝트는 이어집니다. 쭈~~~욱!!
(닥.1.1. 프로젝트는 아까 어떤 분의 글을 읽고 시작한 것인데,
어떤 분인지 기억이 안 나네요... 수사해서 그 분을 밝히겠습니다.)


사랑이 넘치는 스티밋!
여러분의 보팅은 당근이에게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