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비평가 후기입니다

captainstar(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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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는 재미있는 요소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입니다.
작가와 비평가가 마치 권투경기를 하듯 서로 설전을 벌입니다.
권투 경기처럼 후기를 써 보겠습니다.

  1. 선수 소개
    홍코너! 스타 작가가 있습니다.
    10년이란 오랜 침묵 끝에 새로운 작품을 가지고 돌아온 작가입니다! 스카르파!
    오늘 공연이 끝이나자 객석에서는 관객들이 극장이 무너질듯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초연의 대성공! 전 관객이 기립해서 15분간이나 박수를 쳤다고 합니다.
    그는 돈과 명예와 여자, 모든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한가지 못마땅한게 있나봅니다.
    그래서, 이 밤에 친구들과 공연의 성공을 축하하는 대신 볼로디아를 찾아왔습니다.
    청코너! 원숙한 베테랑 비평가가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동물적인 비평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몇 가지 자기만의 철칙을 고수합니다. 볼로디아!
    그리고, 공연을 보고 난 뒤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서 그날에 꼭 작품에 대한 비평을 완료합니다.
    왜냐하면 밤 12시가 되면 신문사에서 전화가 오고, 그는 수화기에 대고 작품에 대한 평을 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볼로디아는 스카르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혹할만큼 냉정하게 평을 해온것으로 유명합니다.
    스카르파의 작품에 다른 사람들이 모두 칭찬을 할때도 그만이 유일하게 비판의 글을 썼었습니다.
    물론 그래서 스카르파는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고 좌절을 했다고 합니다.

  2. 전반전-1막
    스카르파와 볼로디아는 서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 볼로디아가 비평의 글을 씁니다.
    "철지난 복싱 영웅담" "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찬 이야기, 특히나 2막에 등장하는 여인이 더욱 그러하다"
    가혹할 만큼 인색하고 혹독한 비평을 면전에서 받으면서 스카르파는 충격을 받고 휘청입니다.
    <110분간 지속되는 공연에 휴식시간이 없습니다. 1막과 2막은 그냥 제가 극중에서 얘기된 공연처럼 나눠본겁니다. >

  3. 후반전-2막
    스카르파가 자신의 작품을 복기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 담긴 충격적인 실체가 드러납니다.
    그의 공연에서 얘기되었던 주인공 에릭과 스승의 관계 처럼 사실은 스카르파와 볼로디아가 그랬습니다.
    "내가 노래할 수 있다면 날 구원할텐데"
    볼로디아는 진실을 알게 되고 공연에 등장하진 않지만 중요한 옛 여인을 찾아서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 울리는 전화벨소리. 스카르파가 볼로디아 대신 오늘 작품에 대한 평을 수화기에 대고 얘기합니다.

  4. 연장전-작품에 대한 저의 평입니다.
    처음부터 승자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작가와 비평가가 다투는 작품의 소재에서 어떻게 비평가가 이길 수 있겠습니까?
    작가가 처음부터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작가는 작품에서는 신과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교묘하게 진실인것 같았던 거짓에 현혹되어 그저 홀린채 극장을 나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품의 대결 구도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작가vs비평가, 젊은이vs늙은이, 남성vs여성, 거짓vs진실.삶vs죽음. 명예vs불명예, 제자vs스승

그렇지만 제가 주목하고 싶은 대결 코드는 동굴vs광장입니다.
볼로디아가 자신의 집을 동굴에 비유합니다. 그 동굴로 스카르파는 제발로 들어와서 호기롭게 볼로디아에게 시비를 겁니다.
동굴은 남성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남자들이 고민이 있을때 동굴로 들어가고, 여자들은 광장으로 나온다고 하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동굴속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볼로디아는 밖으로 뛰쳐 나가게 됩니다. 스카르파의 집이 아닌 어느 열린 광장이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볼로디아는 그 여인이 문을 열어 줄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합니다. 그런 장면은 많이 봐왔었다고 하지만 말입니다.

이 대목에서는 작가가 비평가들에게 한 마디 던지고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비평만 하는 비평가 놈들아. 니들이 한번 써봐!라고 말입니다.

볼로디아를 떠난 여자는 밤마다 맨발로 지붕위로 다니다가 아침에 볼로디아가 눈을 뜨기 전에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고 합니다.
그는 여자의 그런 행동이나 생각을 알 수가 없었죠. 그러다가 어느날 여자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볼로디아는 떠난 이유를 모릅니다.
작품에서 가장 거짓된 말이라고 얘기한 "내가 노래할 수 있다면 날 구원할텐데"라는 말이 사실은 자신의 옛 애인인 그 여자가 직접 한말이라는걸 몰랐죠.

이렇게 연극 비평가는 동굴속에 있는 남자들을 여성 배우들이 노련하게 연기한다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그 자체로 이 남성들을 여성들이 사는 세계의 광장 언어로 표현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진실은 여기 연극(동굴)에 있는게 아니라 광장에 있는 거야라고 넌지시 툭 내뱉는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작품에서는 볼로디아가 여인을 찾아서 떠나는 곳은 또다른 동굴(스카르파의 집)입니다.
거짓된 곳에서 진실을 찾아서 또 다른 거짓된 곳으로 간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볼로디아는 그 여인이 문을 열어줄 열쇠같은 말도 없습니다. 그저 찾을 수 있다는 마음만 가지고 그렇게 달려갑니다.

우리는 연극이 거짓인걸 알면서도 웃고, 울고 감동을 합니다.
볼로디아는 연극에는 감정을 자극 하는 거짓이 아니라 감동이 있어야 진실하다고 강변합니다.
하지만, 스카르파에게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을 듣고 오열하는 볼로디아.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두 배우의 절제되면서도 흡입력 있는 연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정통 연극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였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드러내는 연극의 거짓된 과장됨이 너무 과도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극의 마지막에 스카르파가 전화기를 받지 않고 그냥 나가버렸다면 어땠을까?
훨씬 더 여운이 길게 남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스카르파의 자화자찬 비평이 너무 길어서
앞부분에 폭풍처럼 몰아친 두 배우의 연기가 퇴색되는 느낌이였습니다.
볼로디아의 평처럼 두 세문장으로 표현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연극과 인생에서 거짓을 모두 빼버리고 진실만이 남는다면 그게 뭐란 말인가? 정도까지만 했어도.

이상 연극 비평가의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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