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어도 혼자
상당히 신선하고 놀라운 연극이였습니다.
극이 시작되면 두 남녀가 작은방의 거실 응접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게 보이고 서로 뭔가 곤란한 처지에 있다는 듯 대화가 오고 갑니다. 서로 아침을 챙겨주는 모습들이 서툴러 보입니다. 빵을 드셔도 되냐느니 원래 밥을 드셔야 하는게 아니냐. 쨈을 발라서 챙겨주는 모습들이 이른 아침에 함께 있지만 뭔가가 친밀한 사이라기보다는 격이 있는 사이라는 것을 보면서 조금 의아하게 느껴집니다.
잠시뒤에 알게되는 사실은 그 둘은 오늘 아침에야 부부가 되었다는 것을 서로가 그냥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치 소설 카프카의 ‘변신’처럼 아침에 일어나 벌레가 되어버린 주인공 그레고리처럼. 단지 차이가 있다면 벌레가 아닌 부부가 되었다는 겁니다. 하루 밤 사이에 그 여자가 그 남자의 집으로 와서 아침에 눈을 떠보니 서로가 마주보고 있고 부부로 서로가 변신?하였다는. 이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인가요. 하지만 이 연극의 힘은 이 황당한 설정을 현실에 한 번 다시 대입시켜보게 하며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데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남녀 간의 결혼이란 그리고 가족이란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볼까요? 어떤 과정이 있었을테지만 어느날 문득 아침에 눈을 떠보니 우리에겐 가족이 있고 직장이 있고 그리고 나는 학교를 가거나 회사를 가거나 그런 존재인 것입니다. 만약 십년 혹은 이십년 전에 자신이 긴 잠을 자다가 오늘 아침에 깨어나 보면 이 모든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사실 그 두 남녀는 사돈지간이였습니다. 정확하게는 그 남자의 형과 그 여자의 언니가 부부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형을 불러서 이상황을 설명하지만 형은 그 둘이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둘러 회사 출근길을 재촉합니다.
왜냐하면 형과 형수는 곧 이혼을 할 예정인 관계가 파탄 난 부부이기 때문입니다. 형수 역시 동생의 얘기를 믿지 않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형과 형수를 다시 재결합시키기 위해서 그 둘이 짠 연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정말 혼인신고를 하고 그리고 둘이 신혼집을 차리고 지금 당장은 힘들고 나중에 신혼여행을 갈 계획을 짜는 등 그 둘은 진지하기만 합니다. 언니는 이렇게 쉽게 결혼하면 안 된다고 얘기하지만 도리어 그러면 왜 언니와 형부는 이렇게 결혼했다가 또 헤어지여 하느냐고 반문하자 정확히 답을 해주지 못하게 됩니다.
동생인 여자의 질문은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왜 결혼했으며, 만약 사이가 좋지 않다면 왜 좋지 않게 된 걸까 하루아침에 부부가 되는 것을 깨달은 두 남녀처럼 어차피 오늘 정말 행복한 가족이란 걸 깨닫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연극 ‘곁에 있어도 혼자’는 참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해주는 연극이라고 생각됩니다. 원작은 일본의 조그만 지방에서 공연되다가 점차 확산되어 우리나라에 까지 넘어왔다는데 상당히 신선하고 생각할 거리가 있는 연극입니디.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낯익은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기 때문에 극의 흐름이나 안정감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정말 모레속의 진주를 발견한 것처럼 기분좋은 연극이였습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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