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모부가 돌아가셨다. 삼 주 전, 고모부가 돌아가셔서
강원도에 다녀왔다. 이번엔 뜻하지 않게 안동을 들르게 됐다.
신랑은 친척분들이 자꾸 돌아가셔서 어떡하냐고 걱정을 했다.
아마 우리 엄마 아빠가 집안의 왕 막내들이라 더욱 그런 것 같다.
노환으로 돌아가셨다고 해서 슬픔이 덜한 것은 아니겠지만.
신랑은 일이 바빠 못가고 혼자 안동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울산서
올라오신 부모님과 만나기로 했다. 결혼하고는 늘, 항상 신랑과 함께였는데
고속버스를 홀로 타고 가며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들으니 낯설고도 익숙했다.
친척들을 뵙고 조의금을 전하고 잠시 앉아 이런저런 참견을 듣다 나왔다.
어릴 때 부모님 고향이 안동이라 자주 들렀는데 성인이 되고는
정말 오래간만에 들렀다. 여기까지 왔으니 좀 들러보고 가자는 부모님
제안에 간단한 나들이를 함께 했다. 엄마가 참 좋아하는 월영교부터.
새벽에 물안개가 올라올 때 이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엄마의 표정은 아주 들떠 있었다. 아빠가
엄마에게 최고의 신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진 찍는 걸 아주 좋아하는 엄마가 새벽에 일어나서 사진찍고
여행지마다 걸음걸음 멈춰서서 사진을 찍어도 싫은 소리 않고
가만 기다려주는 점은 아빠의 거의 유일한 좋은 점이다. (내가 보기에)
도산서원도 들렀다. 고즈넉한 도산서원에 피어있던 귀여운 매발톱
예전에 대학때 답사로도 들렀던 곳인데
그래도 부모님과 함께 오니 더 즐거웠다.
엄마도 아빠도 모란을 아주 좋아하시는데 마침 우리가 들렀을 때
서원으로 가는 길에 쭈욱 모란이 한가득 피어 있었다.
연신 함박 웃음을 짓던 두 분. 엄마는 귀엽게 레드카펫이 아니고
모란카펫을 걷는 것 같다며 황홀해했다.
아빠는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한구절을 읊조리며 감탄했다.
이렇게 부모님과 셋이서만 다녔던 적이 없었는데 좋았다.
특히 아빠와 나는 최근 몇 년 만나면 으르렁 거리고 싸웠는데 이번엔
서로 조금씩 싸우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모 추천으로 들렀던 구 시장안에 현대찜닭에서 먹은 안동찜닭.
내가 좋아하는 당면이 가득해서 좋다. 이렇게 푸짐한데 가격도 저렴했다.
찜닭을 먹으면서 이번에 큰이모부가 돌아가시면서 양가 총 20명의
남매 그리고 배우자를 통틀어서 남자는 아빠 혼자 남았다고
천연기념물이라고 농담을 해서 과보호하지 않을테니
건강관리 잘해서 무병장수하시라 했다.
새벽부터 이동하느라 피곤했었는데 오래간만에
두 분의 고향에서 함께 이야기도 하고 걷고 했더니 좋았다.
기회가 있다면 종종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