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모스타르를 떠나 코니치를 거쳐 사라예보Sarajevo에 도착했다.
유럽 사람들은 산길을 그렇게 좋아하나보다.
우리나라는 산이 가로막혀 있으면 터널을 뚫을 생각을 하는데,
이 사람들은 꼭 산길을 따라 길을 낸다.
그 덕에 내 허벅지는 지금 터질 지경이다.
헬스장이라면 하다 안 되면 포기라도 하는데,
여기는 하다 포기하면 목적지에 도착도 못하고 숲 속에 들어가 노숙을 해야 한다.
자전거와 내 짐 합쳐서 90kg를 끌고 2시간 넘게 레그 프레스를 한다.
헬스를 할 때에는 세트 간 쉬는 시간이라도 있지, 자전거 여행에서는 없다.
내 옆으로 차들이 가볍게 [빵빵]하고 경적을 울려 나를 응원해준다.
이참에 자전거 여행자를 보는 운전자의 반응을 분석해 보자.
지나가는 차들의 반응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나를 응원하는 경적소리.
날 추월하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는데 엄지손가락과 함께 미소를 날려준다.
그럼 난 손을 흔들면서 소리를 질러준다.
이럴 땐 힘이 나서 뭔가 속도가 빨라지는 기분이다.
한국에서 서울서 해남까지 종주할 때에는 전혀 응원을 받아보지 못했는데,
에스토니아에서 처음 응원을 받아봤다.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두 번째는 신경질적인 경적소리.
왕복 2차선에서 화물차 운전자들은 꼭 나에게 신경질을 낸다.
사고가 나면 서로 손해다.
나는 이역만리에서 개죽음을 당하는 것이고,
운전자는 벌금 때문에 인생을 말아먹게 되지.
죽기는 싫으니 난 옆으로 비켜준다.
그제야 추월을 한다.
그런데 곱게 가지 않는다.
엄청난 모래바람으로 나에게 화풀이를 한다.
가끔씩 흘겨보는 사람들이 있어 날 기분 나쁘게 한다.
그렇지만 가장 악질은 이 마지막 부류다.
주로 철모르는 젊은 아이들이 하는 짓이다.
추월을 하는 척 하더니 갑자기 내 속도에 맞춘다.
그리고 창문을 연다. 그럼 가운데 손가락과 함께
“헤이~ 왓더훡 칭창총 니하오 키나키나 꽥!!@#$@#$%#$&”
왓더훡 : What the fuck. 엿먹어라.
칭창총 : 유럽 사람들이 중국 사람을 비하하는데 쓰이는 말,
키나 : 크로아티아어 계열에서 중국을 키나Kina라고 한다.
라는 괴상한 말을 뱉고는 자기들끼리 웃으면서 도망간다.
이런 사람들이라도 있으면 가서 한 대 들이받고 싶다.
속도라도 내려고 하면 왁자지껄 떠들면서 액셀을 밟는다.
저러고 살면 재밌나? 그저 어린 때의 패기인가?
너네 부모님 얼굴 좀 보고싶다.
약이 끝까지 오르지만 어떡하겠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오늘 라이딩에선 5명의 응원단과
2대의 악의적인 경적,
그리고 1대의 개념 없는 무리를 만났다.
날 응원하는 사람들이 수적으로는 더 많다.
그렇지만 사람 마음은 99번의 좋은 일보다 1번의 나쁜 일이 더 기억에 남는 법.
5명의 응원단의 고마움보다는 1무리의 무개념 때문에 화난다.
5명의 응원단 때문에 페달이 가벼워야 되는데
안그래도 오르막에 지친 터라 허벅지가 점점 저려 간다.
그래도 오르막을 2시간 타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오르막이 없다.
그렇게 사라예보에 점점 가까워져 가고 있다.
모스타르와는 달리 전쟁이 언제 있었냐는 듯 아주 깔끔하게 재정비가 되어 있었다.
오직 Holiday Inn 호텔 꼭대기에 박혀 있는 총탄 자국만이
이곳이 전쟁터였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사라예보는 4개의 큰 종교가 상주하는 도시다.
가톨릭, 이슬람, 러시아 정교, 그리고 유대교다.
점점 도시 중앙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외곽에는 성당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중심가로 들어가면 모스크 천지다.
그리고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의 구시가지는 죄다 이슬람식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그 한복판에 떡하니 유대교 예배당인 시나고그도 있다.
벌써 몇 개 종교가 짬뽕된거야?
그런데 외곽으로 나가면 러시아 정교회까지 있단다.
정말 이곳의 정체는 무엇일까?
민족들의 이해관계가 많이 얽힌 보스니아.
민족에 따라 그들의 믿음도 서로 얽히고 섥혀 있었다.
종교 분쟁 때문에 이 땅은 동유럽의 화약고란다.
지금은 평화롭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서로의 믿음에 대한 싸움 대문에 시끄러웠던 곳이고,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른단다.
하지만 히잡을 두른 아이와
옷을 입은 건지 벗은 건지 알 수 없는 아이가
손을 잡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이슬람식 스포츠 머리를 한 남자들이
장발들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맥주를 들고 위아더 월드를 외치고 있다.
적어도 내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우리 안 싸우고 서로 친구 먹으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외치는 것 같다.
시내는 10년 전에 전쟁터였다는 것이 무색할 만큼 깔끔했다.
멀리서 보기에는 벌써 전쟁을 잊은 듯한 인상이다.
나름 마천루도 몇 채 있고, 거리 정비도 깔끔하게 되어 있다.
중간에 백화점도 몇 개 보인다.
그렇지만 사람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좀 달라질 수도 있다.
어르신들의 히잡과 주름살을 보면 그들의 생활고가 느껴진다.
꼬마 아이가 모자를 앞에 놓고 이상한 노래를 부르면서 앵벌이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제과점에서 빵을 건내주는 종업원의 얼굴에서
- 영업스마일 때문에 웃지만 그래도 감출 수 없는 어두운 기운이 느껴지기에 -
그들의 생활고가 느껴진다.
그들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내 중심의 꺼지지 않는 불은 오늘도 계속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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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