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사이비 ‘지성’
요즘에는 ‘책’을 많이 읽고
해박한 ‘지식’을 쌓은 사람을 ‘지성’ 을 체현한 사람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웬만큼 해박한 지식’을 쌓았다고 해도
그것을 지성’이라 할 수는 없다.
어째서 그럴까?
왜냐면 ‘지성’의 본질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식’이란 무엇인가?
‘지혜’란 무엇인가?
이것도 단적으로 말해보자.
‘지식’이란 ‘말로 드러나는 것’이며,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지혜’란 ‘말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며, ‘경험’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즉, ‘지혜’란, ‘책’이나 ‘문헌’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결코 익힐 수 없는 것이다.
이것들은 ‘직업적 센스’나 ‘프로의 직관’ 같이,
오랜 ‘직업경험’이나 ‘현장경험’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
본래 한 사람의 프로페셔널로서 살아가려면
그에 걸맞은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그것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독자 여러분은 그것을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책을 통해 풍부한 ‘지식’을 흡수했다고 해도
그것은 ‘경험’을 통해 획득한 ‘지혜’는 아니다.
프로페셔널을 지향하는 사람은 우선 그 점을 깊이 이해해야 할 것이다.
‘포크볼 치기 비결’ 의 착각
몇 해 전,
텔레비전으로 프로야구 중계를 보던 때의 이야기다.
그날의 해설자는 3관왕 타이틀을 세 번이나 꿰찬
타격의 명수 오치아이 히로미쓰로였다.
화제는 어느 투수의 뒤끝 좋은 포크볼이었다.
상대 팀은 그 뒤끝 좋은 포크볼 앞에 삼진의 산을 쌓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아나운서가 해설자에게 묻는다.
“오치아이 씨, 현역시절의 오치아이 씨라면
오늘 저 투수의 뒤끝 좋은 포크볼을 어떻게 공략할까요?”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묻고 싶은 질문을 아나운서가 제때에 던진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해 오치아이 씨는 그저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다.
“아, 저 포크볼 말씀이군요.
오늘 저 포크볼은 뒤끝이 좋아서 뚝 떨어집니다.
떨어지면 치기 힘들죠.
그래서 떨어지기 전에 쳐야…….”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무릎을 치며 ‘과연!’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지식과 지혜의 착각’이라는 함정에 멋지게 빠졌다는 걸
깨닫고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설을 듣고는
나 역시 포크볼을 칠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야구 투수의 공은 구질과 상관없이 파워가 달라서,
아마추어는 직구조차 치기 어렵다.
하물며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떨어지기 전에 친다는 것은 실로 지난한 일이 아닌가.
그것은 오치아이 씨 정도의
천재 타자가 오랫동안 치열한 훈련을 거쳐
비로소 익힌 ‘포크볼 치기의 비결’이다.
그것을 단지 머리로만 이해하고는
순간 자신도 쳐낼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빠진 것이다.
- 슈퍼제너럴리스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