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7월 18일
유난히 일이 지치는 하루였다.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은 무더움도 힘들게 만드는 기나긴 출퇴근 시간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회사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나 또한 그것에 대한 답변을 주지 못함 어찌보면 무능함이 나를 감싸오자 내 어깨는 점차 무거워져만 갔다.
나의 업무 영역을 넘나드는 일을 부여받았으나 그에대한 보상은 보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좀먹게 만들었고 오랜만에 퇴근하면서 이직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1년동안 했던 다양한 업무가 나의 경험이 되었다기보다는 어찌보면 그 누구에게 내가 뭘 잘합니다 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괜히 입안이 시렸다.
그래서인가 내려야 할 곳에서 제대로 내리지 못 하였고 지나쳐 온 곳들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검색에 검색을 시도하며 마음가는데로 움직이다 보니 모란역에 내리게 되었다.
배는 고팟지만 뭘 먹을 생각이 없었던 나였고 원래 퇴근하던 길에는 특별한 먹을꺼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럼에도 강변역 포장마차는 정말 매력적이다.) 방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초행길이었던 모란역 5번출구 맥도날드는 너무 밝게 나에게 다가왔다.
평소에는 잘 시키지도 않던 상하이 스파이스 버거 세트를 주문하고는 계산대위에서 나에게 주문해달라고 외치는 애플파이도 하나 주문했다. 맥도날드에 애플파이만 생각하면 태국에서 못 먹고 왔던 콘파이가 너무 나도 떠오른다.
몇 번이고 먹고오려 했지만 그 순간마다 나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어서 4박 5일동안 먹지 못했던 그 애증의 파이. 이번 9월에 다시 태국을 가게되면 꼭 한번 먹고 오리라 다짐해본다.
태국에서 나를 방해하는 무엇인가가 콘파이를 못먹게 하였듯 오늘은 무엇인가가 나에게 애플파이를 주문하라 속삭였다.
달달한 애플파이와 짭짤한 치킨버거의 조합은 먹기전부터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운명의 장난인지 당연한 수순인지 알수는 없지만 바삭하게만 보였던 애플파이는 정말 바삭하기만 했다. 안에 들어있는 필링도 충분하고 달달하며 계피향도 충분했지만 뭔가 먹었을 때 밀가루를 느낄 수 밖에 없던 그 식감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 들어오게 된 맥도날드에서 느끼면 안되었던 배신감이었다.
어쩌면 1,000원짜리 음식에 내가 너무 많은것을 바랬던 것일수도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