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ㅋㅋ”
뜬금없이 신랑에게 톡이 왔다. 왜이래.
“응.... 너구나~~~~~ 그래서 뭐?? 어쩌라구??”
사진이 온다. 사진을 보내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사진이 늦게 온거다. 농구하러 가는 것도 모자라서 가서 뛰는 모습을 보라구? 당신은 욕심쟁이야...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가서 신랑이 뛰는 모습을 가끔 보는데, 좋다 그모습이. 운동을 시작하고 그 ‘맛’을 알기 전에는 농구는 신랑을 잡아간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농구는 신랑에게, 책이고, 요가였다.
내가 죽자고 따라다녀 내 남자친구가 되고, 거기다가 한 살 어리고,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고도 1학년 2학기... 나는 4학년 2학기에 이미 취업을 해서 회사생활을 할 때, 대학교 1학년생을 남자친구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은 나의 친구가 한마디 한다.
“뭐? 대학교 1학년? 야... 언제 키워 잡아먹을래?”
대학교 농구 동호회 소속이었던 신랑이 어느날 말했다.
“미안해. 이번 주에는 집에 못갈 거 같아.”
장거리 연애를 하며 연휴만 되면 남자친구를 볼 생각에 들떠 있다가 너무 실망스러운 마음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기막힌 대답을 한다.
“이번 주부터 합숙 들어가거든, 다음 달에 전국 대회야.”
순간, 농구선수랑 연애하고 있다는 착각을 했다. 농구 특기생도 아니고, 대학교 써클에서 농구하는 주제에 합숙이라니... 거기다 전국에서 그런 대회를 주최하는 인간들이 있다니... 그렇게 신랑이 졸업할 때까지 각종 농구대회를 치르고 뒷바라지 하며 나도 그 동호회 명예회원으로 등록되었다.
결혼을 하고는 직장인 농구 동호회에서 농구를 했다. 주중 1회 주말 1회, 아이가 없을 때는 같이 가서 나는 옆에서 딴짓하면 그만인데, 아이가 태어나고 부터 끊임없이 부딪혔다. 주중에 가는거야 뭐 야근한다 치고 이해 하겠지만, 주말에 애기랑 둘이만 저녁시간을 보내게 하는 그가 얄미웠다. 많은, 일하는 엄마들은 알겠지만, 일 하는게 차라리 나을 정도로 아이 보는게 힘들다.
아이를 다른 데 맡기고 일을 해야 해서 마음은 찢어지고 미안하지만, 육아도 훈련이 필요하다. 출산휴가 후 바로 일을 하던 내게 휴일은 공포였다. 아이를 보는 방법을 몰랐다. 신랑이 없으면 그 공포는 오롯이 내 것이었는데, 나는 농구 가는 신랑이 싫은게 아니라, 그 공포를 나에게만 맡기고 나가는 신랑이 밉고 야속했다.
여기 와서도 줄곧 농구를 나간다. 아이가 아파도 내가 아파도, 심지어 둘째 낳고 그렇게 몸이 힘든데도 농구는 빠지지 않고 나갔다.
어느날 지인이, “신랑은 농구선수야 그지?” 라기에, “농구선수는 돈 벌면서 하죠, 우리신랑은 지 돈 써가면서 해요. 그냥 농구쟁이”
농구쟁이는, 황금같은 주말 저녁에, 농구하러 가면서, 그들이 가정에서 가족들과 할 수 있는 수많은 활동과 의미있는 시간들에 대한, 모든 기회비용을 놓치거나 잃어버리는, 이기적인 모든 남편과 아기아빠들을 비하하기 위해 내가 붙인 별명이다.
페이스북은 중동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쿠데타로 이끌었고, 해외에 흩어져 사는 모든 농구쟁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기도 했다.
우리 둘째가 6개월 쯤인가? 느닷없이 신랑이 호치민표를 끊었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베트남에서 농구대회가 있다고. 하루종일 농구할거라 관광은 힘들겠지만 같이 가자... 는 말에 여행하는 기분으로 갔는데, 진짜 하루죙일 농구만 했다. 아시아 지역에 흩어져 있는 농구쟁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대회. 6:30분부터 밤 9:30까지... 유모차를 끌고 그 후덥지근하고, 오토바이의 엄청난 소음과 매연을 견디며 큰아이와 홀로 관광을 하다가 왔다. 모유수유를 하던 시기라, 회식 자리에서 맥주 한잔 할 수 없었던 끔찍한 시간... 나에게 호치민은 그러한 도시로 기억된다.
그 이후에도 홍콩, 싱가폴까지 다녀왔다. 농구 대회 참여 하시느라..ㅋㅋ
어느날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 내게 물었다.
“언니, 그런 대회에 참여하고 하면 펀딩(funding)은 어떻게 해요?”
“응.. 각출(各出)이야ㅋ”
“!!!”
그러니 내가 농구쟁이라고 하지 ㅋㅋ
요새는 너무 바빠서 농구를 자주 빠지고 힘들어 하는 신랑에게 얼마 전에 이야기 했다.
“농구도 가고 그러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해... 끝나고 맥주도 한잔씩 하구...”
“너 나 농구 가는거 싫어하잖아.”
“넌 어떻게 십년 넘게 이야기해도 못알아 듣니? 니가 농구가는게 싫은게 아니라, 농구 갈려고 니가 놓치는, 혹은 버리는 시간들에 대한 너의 그 무심함이 싫은거야!”
“역시... 말 참 잘해...”
그러니 날 화나게 만들지마, 말로는 안되는 거 너 알잖아. 때리지 않아서 고마워 ㅠㅠ
“나는 떡을 썰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라고 석봉이에게 말하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신랑에게 이야기 했다.
“그렇게 좋은 농구 계속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 나도 내가 좋은 책 읽고 글 쓰면서 우리 애들 클 때까지 열심히 애들 키울 테니까...”
예전에는 농구쟁이들 농구 끝나고 맥주 한잔씩 할 때 자주 가곤 했는데 요새는 안간다. 한국 커뮤니티가, 여기도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동력을 잃었고, 농구 동호회에 나오던 한국 사람들도 많이 철수하고, 또 그만큼의 여유도 없어진건지, 갈수록 사람이 없어진다.
어제 내 베프랑 콘도 내 스벅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한 무리의 한국 남자들이 들어와서는 나를 보고 수근대서 양껏 째려봐주고 수다에 집중하는데, 갑자기 내 옆에 누가 훅~ 들어온다.
“Hi there~~??”
라고 친구가 말하길래 화들짝 놀라 보니 우리 신랑이다. 세상 반갑다.
“무슨 일이야?”
“어 저기, 한국에서 출장오신 분들”
아까 내가 째려봤던 사람들이다ㅠㅠ. 공손하게 일어나서 인사한다.
“아 반갑습니다. 000 와이프예요...”
“아 한국 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 궁금해서 막 쳐다봤어요. 불편하셨죠?”
“아 아니요, 전 제가 이뻐서 쳐다보는 줄 알았어요. 하하”
“하하하하하(그건 아님)”
집에 와서 물어봤다. 항상 밖에서 그런 일이 있으면 나는 물어본다. 신랑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 사람들이 나 이쁘다 안그래?”
“어 그랬어. 마닐라 바닥에서 제일 이쁘대”
“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맨날 그런거 물어봐?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중요해?”
“어, 내 남편이 나한테 넘 무심해서 남들이 관심 주는게 좋다 왜?”
“넌 어떻게 십년 넘게 이야기 해도 그걸 못알아 듣냐? 무심한게 아니야~~”
공돌이 답게 창의력은 부족해도 응용력은 좀 있다.
“그걸 다르게 표현해봐. 정확히 답을 넣어서, 나처럼.”
“음... 사랑해?”
“에잇 진짜... 생각 좀 하고...!!”
“많이 사랑해??”
“됐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