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 by 미야모토 테루
[환상의 빛]을 읽고 반한 나는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찾았다. "금수"는 미야모토 테루의 장편으로, 또다른 서간체 소설이다. 내가 어떤책의 리뷰로 썼듯이, 내가 읽은 최고의 서간체 소설은 [키다리 아저씨]였는데, 이 소설을 또 읽고나서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는걸 깨달았다. 물론 이 소설은 [환상의 빛]보다는 못하다. 그러나 역시 강렬하다.
[금수]란 '금수'만도 못한놈의 금수가 아니라, 금으로 수를 놓은 듯한 아름다움을 뜻한다. 왜 이 이야기가 금수인지는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마도...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여전히 풀지 못하는 문제들이 시간이라는 불멸의 법칙을 통해, 말하는 '화자'의 입을 통하여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과거의 일들이 누구의 입장도 대변하지 않은 채, 그러나 모두의 입장을 대변하며 풀어내지는 이야기의 힘을 빌어 발생하는 우리 모두의 연민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10여년 전에 있었던 '사건'으로 인해 헤어지게 된 두 사람이 우연히 마주친다. 그때는 그저 그것으로 인해 충격받았고, 세상이 만들어 낸 것으로 서둘러 수습했었으나, 그 시간동안 체념하거나 또한 받아들였던 그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품었던 그녀가, 이제는 알기를 원한다. 그래서 편지를 쓰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환상의 빛]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 [금수]에도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자들이 있다. 그러해서 나쁘고 좋고가 있지 않고, 그러함이 있고난 후, "그들"의 삶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금수]는, 지금 그러한 그들의 삶이 있기 전에, 예전에 그러했던 일들을 깊게 파고든다. [환상의 빛]에서 있던 '죽음'과 그 기억이, 인물들의 삶 속에 스며들지 않은 채, 그저 그 기억 자체로만 관조하는 상태였다면, [금수]에서의 그것은, 기억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그 인물들에 의해 꺼내어지고 벗겨지며 공감해 나가는 과정이 더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그곳에, '이해'의 공간은 없다. 여전히 그것은 기억으로 존재하고 그 기억 속의 나와 당신이 있었다는 것만 남긴 채, 다시 그것으로 기억되어 그 또한 삶의 한 부분이었음을 일깨워줄 뿐이다.
그때 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쩔뻔 했어... 이 아이가 없었으면 어쩔뻔 했어... 자기가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어... 라는 말들은 미야모토 테루에게는 작용하지 않을 듯하다. 아니면,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러하다는 것을 작가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해주려는 듯하다. 그들의 삶에는 항상 다른 길들이 나 있다. 어느 한 곳도 특별한 점으로 종속되어진 길은 없지만, 모든 길들은 또 그대로의 곁길을 만들어 내고 있고, 그 길들을 걸어가는 우리들은 또 다른 상황에 직면하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또한 살아간다.
여전히 '그러므로 그러하다'는 없다. 오직 '그러나 우리는 다시 살아간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