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 때나 언니들이랑 가끔 대화할 때, 특히나 술한잔 들어간 자리에서 끊임없이 농담을 해대며 그들을 웃기면서 내가 개그욕심이 있구나~ 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혹은 그들의 웃는 모습, 내가 그들과 웃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년 무슨무슨 연말 시상식에서 이휘재가 예의없는 진행을 했다고 난리가 났던 적이 있었는데,그의 변대로 더 재미있게 하려다보니 그런 무리한 모습이 보였다는데, 우리도 가끔 그렇지 않나?
남을 해하면서 쉴 새 없이 웃기는 사람도 있다. 그 소리에 우리도 덩달아 깔깔거리며 넘어가는 그런 자리도 있어 왔다. 다만 그자리가 방송이었다는게 문제인것이지.
많은 사람들은 농담을 하며 그 농담에 웃고 또 웃는다. 우리가 지금 사는게 재미가 없다면 농담이 없어서이고 그 농담을 만들만한 상상력이 부족해서이며, 상상할 수 있는 내 마음의 자리가 부족해서일 것이다.
김중혁 작가의 작가적 키워드는 바로 이 '농담'이다. 첫 장편인 [미스터 모노레일]을 쓴 직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커다란 농담 한 편 썼죠'라는 말을 했었다. 사실인지 거짓말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운 그의 농담들이, 인물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독자에게 와 닿는 방식은 '김중혁 식' 비거리로 해석해도 될만큼 김중혁 작가는 이름을 떠올리는것 만으로도 그의 작품들이 가진 수만가지 농담과 그 농담들이 거느리는 이미지들이 있다.
최근 [가짜팔로 하는 포옹]이라는 단편집을 통해서 김중혁은 작가로서의 전환점을 맞은듯 하다. 이제까지 그가 한 농담들은 유쾌하고 가벼운 쪽이었는데, 그 시점부터 그의 농담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농담이다]는 대놓고 농담을 하기로 작정한 책이지만, 농담이라는 말이 갖는 표면적인 의미와는 별개로, 작가적 상상력과 그 무게 사이에서의 작가로서의 고민과 연구가 묵직함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나는 농담이다]는 스탠드코미디를 하는 송우영을 통해 농담을, 아버지가 다른 형인 우주비행사 이일영을 통해 우주를, 그들의 어머니 정소담의 편지들을 통해 상실과 관계를, 그들의 연인인 강차연과 세미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 하는 작품이다. 어쩌면 전혀 융화되지 않고 따로 놀지도 모르는 이 소재들이, 우영의 코미디를 통해서, 농담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녹아들어가 마지막에 우주로 목소리를 쏘아올린다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 말이 되는 이야기로 풀어져 나가는 신기한 작품이다, 김중혁의 다른 작품들이 그러했듯([미스터 모노레일]에서는 볼교라는 종교를 만들어 내서 책을 읽다가 인터넷으로 '볼교'를 검색까지 해봤다는...).
스탠드 코미디라는 우리에게는 없는 정서에 약간 생경함이 들어 그 코미디에 깔깔대며 웃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나는 김중혁 작가의 왕팬임을 '인증'한 책이므로.... 그래도 좋아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