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사생활 - 데이비드 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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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사생활(Dream Land)] by 데이비드 랜들(David K. Randall)

하루 중 아주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별도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무언가 집중해서 오래 해야 하는 일이 있다거나 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쉽게 포기하는 것이 바로 '잠'이다. 하루에 잠을 3시간을 잔다느니 4시간을 잔다느니, 잠을 그보다 더 자면 대학에 들어갈 자격도 없단듯이 덜 자고 더 공부하는 아이들을 앞세워 공부를 독려하던 시대에 우리는 학생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잠을 '줄이면' 무언가 과외의 것을 성취하게 될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우리들의 소중한 잠 시간을 박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잠의 사생활]은 저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면장애'를 해결하고자 찾아간 의사 역시, 뾰족한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난 후, 현상의 당사자로서 직접 '잠'에 대해 파고들어 연구하면서, '여러분이 잠들때 침실에서 작용하는, 여러분이 몰랐던 힘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잠을 편안하게 자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끝맺는다.'

'난 절대 잠을 자기위해 눕지 않아'. 내가 어릴 때 언니들에게 종종 하던 말이다. 밤새 깨어서 무언가를 하는 어린 나에게 잠을 안자고도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의아해 하던 나의 언니들은 걱정어린 시선으로 말하곤 했다. 일찍 좀 누워서 잠을 자라고. 거기에 대한 답으로 한 말인듯 한데, 나이가 든 지금도 나는 왠만해선 졸리지 않은데도 9시 10시에 잠을 자기위해 침대에 들어가지는 않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예전과는 다르므로, 적어도 시간을 정해놓고 그 전에는 잠을 자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읽게된 이 책은 나에게 청소년기를 지난 이후 처음으로 낮잠을 챙겨 자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말에서 느껴지다시피, 시종일관 저자는 잠의 '효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그가 제시한 연구 사례들과 결과들을 보고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실들에 동조가 되고 소개된 사례자들과 연구 방식과 통계 수집 과정들에 독자로서 신뢰가 들게 한다. 바로 객관적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 절대 잠 자체를 위해 침대를 찾지 않는 내가 낮잠을 좀 챙겨 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니.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먼 옛날에는 사람들이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가 한밤중에 깨서 잠시 각자의 '볼일'을 본 후 '두번 째 잠'을 잤다고 한다. 인공조명이 발명되고, 빛이 필요한 일들이 밤 중에도 가능해지자 차차 인간은 두번째 잠을 자지 않게 되는데 그러는동안 두번째 잠을 자오면서 형성된 인체의 유기적 시스템들은 상당한 변화를 거치게 된다. 우리의 수면습관이 자연적인 설계와 달라진 것이다.

과도한 조명에 노출된 인간들이 몸에서 요구하는 유기작용을 뒤로 미루면서 서서히 오랜 시간에 걸쳐 모든 형태의 질병에 노출되어 왔다. 실제로 잠을 적당히 자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는 사람의 암 발생확률 은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물론 많은 요인이 있지만 질병의 문제에 있어 '잠'은 가장 중요한 억제요소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는 것.

두번째 잠이 사라진 이후 우리 인간이 수천년에 걸쳐 개인에 따라 가져온 수면 습관을 몇가지 예를 들어 저자는 꼬집는다. 예컨대, 부부가 한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는 것이 좋은가? 아기와 함께 잠을 자는 것이 더 나은가? 자는 동안 꾸는 꿈들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는 잠과 관련된 Agenda와 관련된 일화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리고 자연스레 따라오는 실제 통계와 실제인물들의 일화를 통한 결론 도출 과정을 목도하며, 대학원 졸업 전 논문 심사에서 나에게 큰 모욕을 주었던 그 교수를 떠올리며 마음으로부터의 진심어린 회심이 일기도 했다.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인 나 자신을 반성하며, 얼마나 나의 협소한 연구범위와, 주제를 다 아우르지 못하는 표본조사와 성급하고 조악한 결론도출 방식에 울화가 치밀었으면 그러셨을까...

그러고도 통과시키고 졸업을 허락하신 그분께 진실된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낮잠 자는 동안 꿈으로라도 찾아가서 전해야겠다.

잠을 적당히 자는 것이 일상생활은 물론 모든 사회적 정치적 기능에 얼마나 일조하는지를 서술하는 챕터들이 이어지는데, 그중에서도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훈련 코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다. 대륙을 횡단하며 살인적인 경기일정을 소화하는 선수들에게 실험적으로 주어진 잠깐의 낮잠과 그를 위한 시도들은, 왜 우리가 잠을 자도록 노력해야 하는지 사실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나의 낮잠결단도 이때 이뤄진다.

앞에서 이미 말했듯, 일관되게 잠의 효용을 주장하고 증명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불면이나 코곯이와 같은 수면장애를 소개하며 원천적인 해결방법을 찾기위해 행해진 연구들을 알려주고, 궁극적으로 이 책의 중요한 목적인 '잠을 잘 자는 방법'을 이야기 하며 저자는 책을 끝맺는다. 뇌파연구니 표본종합 및 결론도출이니 다 필요없고, 책의 마지막 이 문장은 우리가 전혀 몰랐던 말인양 무심히 조언하며 며칠간 이 책을 통독한 나를 무안하게 만든다. 물론 당연한 말이기도 하지만.

'숙면의 비법은 단순히 마음이 스스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는지도 모른다'

잠의 사생활 - 데이비드 랜들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