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는 트위터 팔로만 하고 있었지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언젠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까먹고 있었는데 서점에 갔을 때 문득 이 책이 눈에 띄길래 샀다. 표지도 되게 이쁘다.
서술 방식은 독특하다. 오십 한명의 사람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 각각의 이야기, 오십 한 개의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이 오십 한명인 셈이다. 각각의 이름을 모두 보여주고, 그들의 삶이 모두 나와있는 이런 방식이 흔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래도 세 명까지는 본적이 있는데 오십 한명은 좀 특이하다. 오십 한명이어서 나타낼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는 것 같다. 정말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랑은 크게 관계없는, 그냥 이 주변의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 평소에는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없이, 나한테는 그냥 주변 풍경에 보이는 엑스트라일 뿐이지만 그 사람들에게도 각각의 웃음이 나는, 사소한, 또는 웃지못할, 경악할만한, 슬픈, 화나는 그런 이야기들이, 모두에게 존재한다. 오십 한 개의 이 모든 이야기들은 다들 다르다. 그리고 그게 우리의 삶인것 같다. 때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야기들도 있고,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고, 또 전혀 연관없는 이야기들도 있다. 어떤 인물의 이야기를 읽을 때 앞에서 나왔던 인물의 이름이 나오면 어, 이사람 누구였더라, 하고 앞을 넘겨서 찾아보기도 했는데 그런 게 너무 많아서, 또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러는 건 그만뒀다. 기억하는 이름이 나오면 그 사람의 이야기는 내 안에 강렬하게 남은 것이고 이름은 기억날 듯 말 듯 하지만 이야기는 잘 기억이 안나는 사람 이름이 나오면 그 사람의 이야기는 나에게 그렇게 남지 않았던 것이다. 진짜 우리의 삶처럼. 그래서 그냥 쭉쭉 읽었다. 피식하는 이야기들도 있고 정말로 눈물이 나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어떤 사람을 보았을 때와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그 사람을 보았을 때, 그 사람이 비춰지는 모습이 다른 것도 있어서 재밌었다.
나는 이 책의 나오는 모든 주인공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모든 이야기들을 기억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생활이지 않을까. 모두에게는 각자가 주인공이고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어우러져서 더 큰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오십 한명의 사람을 만들어내고 또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