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하는 시리즈인데 넘버링을 했다는 것은... 앞으로 이러저러한 술들 이야기를 쓰겠다는 야심이죠. 대망의 1편은, 마시고 나면 병 라벨에 그려진 남자와 같은 표정을 짓게 된다는 "빅피트" 입니다.
술은 잘 몰라도 '스카치 위스키'라는 단어는 누구나 들어봤음직합니다. 스카치 위스키란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만든 위스키로, 고유명사가 있을 정도로 명성높은 증류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많이 들어본 조니워커 시리즈도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스카치 위스키죠. 스코틀랜드 위스키 지도를 보면 '세계의 위스키는 다 여기서 나는가...' 싶을 정도로 많은 곳들이 있는데, 스코틀랜드 서쪽 섬들 중 작은 섬 하나의 해안가에 증류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라(Islay, 아일레이)라는 섬인데요, 이 작은 섬에서 변태같은 전세계 주류 애호가들을 사로잡는 술을 만들어냅니다.
이 지역에는 피트(Peat)라는 일종의 갈탄이 많습니다. 바로 그 피트 때문에 아이라 위스키들은 특유의 강렬하고 스모키한 풍미가 있습니다. 라고 쓰고, '병원맛', '빨간맛 약'으로 읽습니다. 실제로 요오드 함량이 높기도 하니, 영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이 종류의 위스키들에 대한 반응은 그동안 지켜본 바, 딱 둘 중 하나입니다. "좋거나 혹은 싫거나".
개인적으로는 이 특유의 풍미를 아주 좋아합니다. 솔직히 이거 좋아하는 사람들 좀 변태성향이 있는듯 싶기도 합니다만... 뭐랄까, 불닭볶음면을 좋아하는 느낌이랄까요? 요즘은 몇년전에 비하면 대중적으로 인기가 훨씬 많아진 듯한 느낌이니 당당하게 "나 아일라 좋아한다!"라고 취향을 고백하셔도 되겠습니다. ㅎㅎ
아이라 출신의 대표적인 위스키들은 라프로익, 아드백, 라가불린 등이 있습니다. 이 삼총사는 어느 위스키바를 가도 기본적으로 구비해두고 있기 때문에, 맛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들 중 하나로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좀 덜 대중적인 녀석으로는 쿠일라, 보모어, 빅피트 같은 것이 있는데, 오늘 소개할 녀석이 바로 빅피트 입니다.
병 디자인이 재미있는데요, 어떤 에디션이 나와도 병에 그려진 저 미칠듯한 쓴 맛에 크게 당한 표정의 아저씨는 그대로입니다. 재미있습니다. 실제로도 저거 비슷한 표정이 나옵니다. 이 술이 재미있는 것은, 블렌디드 위스키라는 점입니다. 어떤 종류든 블렌디드한 주종은 부드럽고 다채로운 맛이 나는데요-그러려고 섞는 것이기도 하고요-, 얘는 아닙니다. 이름처럼, "피트향이 무엇인지 내가 보여주갔어!!"하고 작심한듯, 아일라 싱글몰트 위스키만 블렌디드한 술입니다. 아드벡, 보모어, 쿠일라 등을 혼합했는데,
신라면 스프에 너구리 스프를 섞어도 강한 맛이 나오듯, 아이라와 아이라를 섞으니 강렬한 피트향이 굉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워 죽겠는 낙지볶음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고싶다"는 욕망과 비슷한 상태일 때, 혹은 "어떻게 밥만 먹고 사는가. 라면을 먹고 싶다"라는 느낌일 때 마시고 싶어지는 맛입니다. 술맛을 표현하는 것도 예술의 영역이라 "이베리아 반도에서 탱고를 추는 여인이 떠오르는 맛입니다"라고 할 재주가 있으면 좋으련만, 불닭볶음면 비유까지가 제 한계인가 봅니다.
아... 이건 정말 피트향을 알면 느낌이 확 올텐데... 언제 위스키 밋업이나? ㅎㅎ
ps> 그런데... 술 얘기는 달 태그가 정말 없군요. 위스키는 예술이니 art 태그를 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