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과 멸치국수 사장님 그리고 나 자신

blaire03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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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영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멸치 국수 부부가 꽤 이슈가 되었습니다.
혹시 못 보신 분을 위해 짤 링크 드립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1841447?po=0&od=T31&sk=title&sv=%EB%A9%B8%EC%B9%98%EA%B5%AD%EC%88%98&category=&groupCd=&articlePeriod=default&pt=0

멸치국수1.JPG

위 링크 게시판도 그렇지만 대부분 커뮤니티에서 발암 국수라고 말할 정도로 비난이 많았습니다.
저역시 말로 다 할 수 없는 답답함이 느껴졌죠. 그리고 커뮤니티 비난 반응을 보며 “맞아 맞아” 어휴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답답해 하는 구나. 저런 사람들이 장사하니까 망하는 구나. 라고 나보다 한참 떨어지는 존재로 그들을 인식하며 우월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금 침착해 졌을 때 뭔가 이성적으로 올라오는 친근한 느낌이 왔습니다. 그게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일단

여러가지 반응 중에서 몇가지 대분류를 뽑아 봤더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좋은 기회를 날려 버릴 정도로 멍청하다.
  2. 고집이 세다.
  3. 멸치 국수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멸치국수 집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분류를 뽑고 보니 어디선가 많이 보아 왔던 친근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발견했습니다.

“아 나 자신이구나!”

왜 다른 사람을 보면서 왜 짜증나고 답답한 감정이 생기는지 생각해보니 내 자신을 거울처럼 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감정 이입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1. 좋은 기회를 날려 버릴 정도로 멍청하다.

항상 기회는 있었는데 귀찮아서, 듣기 싫어서, 기회인지 몰라서, 기회를 놓치고 사신 적이 없으신가요? 만약 백종원 정도 즉, 여러분이 일하는 분야의 탑티어가 보기에 여러분의 모습은 어떨까요?

YG가 서태지를 만나서 성공한 유명한 일화가 있지요? 그런데 제가 서태지를 만났다면 그때 당시의 숯기 없는 서태지를 보고 함께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항상 다른 사람의 조언을 귀기울여 그대로 행동했다면 제 삶은 이미 탑티어 근처에 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탑티어가 보기에 저는 언제나 기회를 놓치고 있는 답답한 사람이었기에 일반 소시민으로 살고 있습니다. 실제로 만약 저의 모습을 방송으로 촬영한다면? 많은 시청자가 저를 보며 얼마나 답답해 할까요?

2. 고집이 세다.

사회 초년생으로 회사에 다닐 때 탑티어에 있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엇습니다. 그분은 제가 일하는 방식을 무척 답답해 하더군요. 제가 고집이 세고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잔소리가 저리 많은지 매우 짜증났어요. 속으로 “ 너처럼 학벌 환경 좋은 사람이나 편하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거지” 라고 생각하며 저는 제 환경 안에서 노력하려고 했습니다.

나이를 먹고 경험이 생기고 10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지금 그분이 하신 말씀이 무슨 말인지 가슴 깊이 이해합니다. 스스로 고집이 세다는 건 왜 그때 당시에 깨닫지 못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는 것인지 미묘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3. 멸치 국수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멸치국수 집을 한다.

많은 분들이 멸치 국수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멸치국수 집을 한다는 대사에 충격을 받으셨더군요. 그리고 백종원이 이유를 물어보니 “다른 국수집이 잘되서 나도 한번 해볼까 해서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커뮤니티 반응은 “이해가 안간다” “결국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거 아니냐” “좋아하지도 않는 걸 손님한테 주는 거야?” 등등 과격한 반응이 있었습니다.
저도 TV보면서 “음식하면서 장신정신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수준이네” 라고 비난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비난한 자신이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은 회사 업무가 좋아서 다니고 계신가요?”
우리가 모두 좋아하는 음식을 하고 살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지요?

저 역시 그냥 먹고 살기 위해서 회사에 취업한 적이 있습니다. 저의 전공과 전혀 무관한 회사도 가본적이 있죠. 저는 그렇게 입사한 회사에서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서비스했구요. 멸치 국수 사장님도 먹고 살기 위해 뭔가를 하려다 잘되는 국수집을 보게 된 거고 그냥 한 거였습니다. 제가 회사에 입사해서 고객들에게 서비스한 과정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냥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소시민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멸치 국수 사장님이 과도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백종원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은 확실히 옹호하기 힘든 점도 있습니다. 다만 멸치국수 사장님 부부는 그냥 우리와 다를 거 없는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어쩌면 원가 생각하지 않고 손님한테 푸짐하게 주려고 멸치도 더 많이 넣은 거 보면 저같은 사람보다 훨씬 마음씨가 푸근한 분일 수도 있지요.

이후 해당 국수집을 찾아가신 분의 블로그도 보았습니다.
https://betgom.com/post/29953
방송의 이슈 때문인지, 멸치를 많이 넣었다는 부분 때문인지, 현재 장사는 잘 되고 있다고 합니다.

멸치국수10.jpg
누군가 그린 부부의 모습인데 뭔가 그들 부부의 삶 표정을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백종원과 멸치국수 사장님 그리고 나 자신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