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이었던가? 호주에서 처음 접해본 음식 월남쌈은 나에겐 두려움과 번거로움을 잘 쌈싸서 먹는 음식이었다. 처음 차려주신 분들의 정성을 망각하고 정신줄을 놓을 정도의 맛은 아니었기에 다행이었다. 대략 5개 정도는 먹었는데 더 먹기에는 내 비위가 부족했다.
손에 진득진득 붙어버리는 라이스 페이퍼와 비누를 잘게 갈아 먹는 듯한 풍미?와 다소 강한 민트향에 마지막으로 베트남 고추, 레몬, 마늘을 잘 혼합한 피쉬소스는 대미를 장식하였다. 잘 싸볼려고 하면 여기저기 옆구리가 터져버린다. 한국에서는 못먹는 음식이 없었던 나이기에 음식때문에 이렇게 힘든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귀국할 즈음에는 나는 월남쌈의 팬이 되어있었고 5개만 먹던 과거에 비해 25개는 족히 먹어채우는 식성을 자랑했다. 소스가 병에 들어 팔지 않을 때라 베트남 마켓에 가서 식재료를 다 사서 만들어야 했다. 20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도 한달에 최소 2번은 해먹는 편이다. 와이프도 결혼 초 이 쌩뚱맞은 음식에 다소 당황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와이프가 더 찾는다. 다릉 요리와는 달리 이 것만은 내가 주도하여 준비한다. 소량의 단백질 (소고기, 훈제오리, 돼지고기 수육, 새우 등)을 제외하면 모조리 채소라 먹고나면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일단 우리는 카프리카, 고수, 민트, 양파, 깻잎, 당근, 숙주나물, 쌀국수, 버섯 등을 잘게 썰어내는데, 아들들은 어릴 때부터 캠핑장에서 강하게 키운 탓에 칼질은 제법이라 재료를 다 써는데 4명 가족 총출동에 15분이면 뚝딱이다.
요즘은 월남쌈 소스가 따로 마트에서 팔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은 피쉬소스만은 소량만 따로 만들어 낸다. 피쉬소스를 베이스로 하고 설탕, 베트남 고추나 청양 고추 1개, 다진 마늘을 잘 혼합하고 마지막으로 화룡점정인 레몬즙을 넣는다. 이게 진정한 피쉬소스이다.
내일도 해먹을까 한다. 여전히 기대되고 즐거워진다.
고수아니면 민트를 베이스에 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