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까다로운 마눌님과 혹시 여행에서 적당한 영양분을 취하는 데 있어 낯선 향신료로 인해 어려움을 당할 까봐 내가 준비한 것은 야채드레싱 2통, 양념 깻잎, 봉지 김치, 고추장, 일미, 정관장 홍삼 튜브, 견과류, 초코파이 등으로 보냉을 위해 30cm, 폭 20cm 정도되는 보냉가방을 준비해서 식당을 갈 때마다 들고가면 좋다. 중식과 석식은 대부분 양고기 (케밥)이고 닭고기 1번, 한식과 삼겹살 1번 햄버거 1번으로 얼큰하고 맵싹한 라면은 거의 필수품이었다. 컵라면은 내용물을 작은 비닐에 1개씩 담고 컵은 포개어 정리하면 공간을 줄일 수 있고 햇반은 렌지에 데워 먹으면 된다.
터키는 이스탄불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행지 일부 중심지역을 제외하면 스타벅스나 미국식 프렌차이져를 찾아보기 힘들고 터키식 커피는 다소 쓴 맛이 강하다. 즉, 우리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마시기 힘들다는 말인데 하여 아침마다 호텔에서 나오기 직전에 식당에 가서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는 작은 보온병을 챙기고 원할 때 한국에서 가져간 봉지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 이 외에 호텔에는 방마다 2병의 생수를 제공하는데 퇴실 시에 꼭 챙겨 나온다.
어제 대망의 열기구를 못 탈뻔하다 안전하게 체험한 일행은 3일차가 되니 제법 시차에도 적응한 듯 인상이 다들 좋았다. 이제 지하도시 “데린쿠유”를 향해 떠난다. 카파도시아는 현재 괴메르의 고대 지명으로 이스탄불에서 약 730km 떨어진 아나톨리아 고원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다시 온다면 꼭 자유여행 (이스탄불에서 야간 버스가 있다)으로 와서 구석구석 여유있게 2박 3일은 즐기고 싶다.
카파도키아 지역에는 많은 지하도시가 존재하는데, 가장 큰 지하도시가 바로 데린쿠유이다. 먼지에묻혀 흔적이 사라진 지하도시는 한 농부가 지하공간에 떨어진 닭을 찾는 과정에서 1963년 처음 발견된 깊은 우물이라는 뜻의 데린쿠유는 지하 8층에 깊이는 55m 이르고 약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는 지하 20층 정도로 추정되나 현재는 지하 8층까지만 발굴 및 공개한 상태로 BC 7~8세기 히타이트 민족이 처음 도시로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로마와 비잔틴 시대를 거치면서 확장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는데 총 52개가 넘는 공기 환풍구가 있고, 가장 하부에는 우물이 있으며 각 층은 독립적으로 구별되며 층과 층 사이 좁은 내리막 길에는 둥근 돌판이 벽에 고정되어 있는데 외부의 침입 시에 이 돌을 굴려서 통행로를 막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긴 터널을 통해 다른 지하도시와도 연결되어 있으며 내부에는 가축우리, 부엌, 곡식창고, 교회 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시설들이 거의 다 있다.
장기간의 지하생활로 인해 피부와 시력이 아주 안 좋았고 가끔이나마 농사를 위해 해를 볼 수 있던 남자들 외에 여성과 아이들은 시력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정신건강도 좋지 않아 기둥에 미친 사람을 묶어두는 곳도 있었다고 하니 그들의 도피 생활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상상이 갔다.
이제 드디어 카파도시아를 벗어나 유럽에서도 여름철 휴양지로 유명한 남부의 안탈리아를 향해 장장 7시간을 달려야 한다. 가는 도중에 잠시 “오브룩 한”이라고 하는 벽돌로 지어진 13세기 건물 옆에 차가 서는 데, 지금으로 말하면 여관 (30~40 km마다 있었다고 함)으로 실크로드를 힘들게 걸어 콘스탄티노풀 또는 비잔티움으로 향하는 상인들과 낙타가 쉬어가는 곳이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을 막기 위해서인지 여관의 외형은 마치 작은 성처럼 방어에 유리하도록 건축되었다.
이곳의 또 하나의 관광포인트는 이 건물에서 약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동그란 호수인데, 마치 유성이 수직으로 떨어진 것과 같은 움푹 파인 곳에 생긴 호수로 실제로는 강력한 지진으로 생긴 싱크홀이라고 한다. 반지름이 약 300m 이상에 깊이는 약 200m정도 라고 하지만 안전상의 이유인 듯 물가로 내려가는 곳이 없고 위에서만 볼 수가 있어 아쉬웠다. 먹을 것이 있는지 하얀 새 수백 마리가 호수 위를 날아다닌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달리자 옆자리의 마눌이 먼저 단잠에 빠지고 나도 어느새~~
얼마나 되었다고 또 배가 고프냐 라고 생각이 들 때쯤에 점심을 위해 버스가 속도를 줄이는데 이제 터키 시차에 완전히 녹아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점심은 그 유명한 항아리 케밥인데, 먹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음식이 되어가는 과정이 더 스펙타클한데, 마지막에 뚜껑을 깨뜨려 쏟아져 나오는 케밥은 나름 국물이 있어 난 더 좋았다. 허리가 아플 정도로 달려 안탈리아에 도착하니 저녁 8시로 호텔에 준비된 저녁을 먹고 휴식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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