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근로자가 실패하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새로운 직위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스스로 변신하는 능력의 부족 또는 의지의 결여 때문이다. – 피터 드러커 –
조직의 경우 시간이 가고 맡은 바 업무에 정진하다 보면 승진을 하게 되는데, 하는 업무의 관점에서는 큰 변화는 없고, 어느 직급까지는 기존의 하던 업무의 좀더 디테일한 부분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상사로부터 위임의 정도가 커지는 정도이다. 하지만 그 이상이 되어 사람을 관리하는 업무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현업의 비중은 줄어들고 업무 보고라는 이름의 새로운 업무가 나를 기다린다.
사진 : http://blog.daum.net/kf-22/127
**1,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번데기 **
현업 위주의 업무에서 갑자기 서류 결재, 팀원들의 출근 체크, 임원의 수시 호출, 팀장 회의, 주간 본부 회의 등 내가 정하지 않은 일정들에 쫓겨 다니게 되고, 팀원들의 어제 진행된 업무와 오늘 해야 할 업무 파악이 어려워 정신을 못 차리는 상황에서 임원들의 수시 호출에 불려 다니다 보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으로 인해 깨지기 마련이다. 아침 출근에 업무 시작에서 점심식사 시간까지가 초고속으로 흘러가고, 이젠 팀에선 팀장이 되었지만 팀장 모임에서는 막내가 되어 열심히 신입사원처럼 뛰어다녀야 한다. 나비가 되어 날아 오르기 전까지는 이전 팀장이 하던 흐름에 크게 변화를 주기 보다는 답습하게 되고 나름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우수사원에서 갑자기 열등 팀장으로 추락한 느낌이 든다.
윤도현씨의 "나는 나비" 라는 노래가 딱 어울리는 순간이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 살이 터져 허물 벗어, 한 번 두 번 다시, 나는 상처 많은 번데기,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2, 내가 꼰대라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전에는 팀장을 포함하여 상사들에게 가졌던 불만들은 이제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하루 하루 긴장 속에서 오늘도 깨지지 않음에 감사하며 지내다 보면 무슨 정기 순회 공연처럼 또 한번 뻘짓을 해서 깨지곤 한다. 이전에는 책상에 다가가면 이런저런 대화로 복잡한 머리를
가라앉혀주던 동료들은 자주 오지는 말았으면 하는 경계심을 표하기도 한다.
이렇게 1년이 훅 지나면 까맣게 빛나던 내 머리는 정수리에서부터 하얀 훈장들이 올라오고 차분하고 중저음이던 나의 매력 보이스는 어릴 때 엄마가 매들고 뛰어 오시며 고함치시던 바로 그 날카로운 목소리에다 한국 컬링의 “영미~”처럼 끝이 올라가는 울부짖음으로 변해간다.
그러다 우연히 화장실에서 팀원들이 “우리 팀장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더라, 그럴 줄 몰랐다, 구관이 명관이다, 그리 업무에 깊게 관여하는 상사를 싫어하더니 자기가 더 하더라, 등”을 듣게 되면서 아직까지도 내가 팀원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난다. 그래 나는 팀장이다 하며 가슴 쫙 피고 쿨하게 “으쌰” 하려는 데, “우리 꼰대, 어쩌고 저쩌고”가 들리고 그게 나임을 아는 순간 나는 드디어 아직 청춘인 줄 알았던 나의 3, 40대에 굿바이를 날리고 4, 50대 아저씨임을 자각당한다.
극복하기에는 너무 아픈 말이다. 꼰대!!
**3, 우등생의 위기, **
현업에서 관리자로 들어선 경우에 가장 힘든 성장통을 겪는 사람들은 나름 현업에서 혼자서도 거뜬히 업무를 잘 처리하며 팀의 에이스로 인정받았던 우등생인 경우가 많다.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 사람은 임원까지는 무난할 꺼야 했던 선두주자가 더 힘이 드는 것일까?
내가 아는 범위에서만 보면 그들은 자기 스스로 잘 벼려진 칼날과 같이 자기 관리와 일정 관리에 탁월하며 손이 전혀 안 가는 종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들이 놓치는 부분은 다른 사람도 자기와 같이 관리하고 몰입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통의 팀원은 손이 자주 가고, 하나를 맡겨도 불안 불안하고, 일정을 놓쳐 고객들의 불만이 접수되며,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 개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여 위임의 관점에서 팀원들이 자기가 현업을 할 때처럼 할 것이라는 기대치를 가지고 대하는 것이 당연하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자기처럼 뚫고 나가 결국 일을 따오는 쾌거를 이룰 거라는 착각을 한다.
이 착각을 깨고 보통의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나면, 관리의 포인트가 바뀐다. “개떡처럼 말해도 찰떡처럼 알아듣는다” 라는 천재성은 이제 보편타당한 기준에서는 불가한 일이라서 이게 가능하게 하려면 추가적인 교육과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 즉,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걸 빨리 깨우치는 것이 성장의 관건이다.
팀원 전체가 우등생이면 더 할 나위가 없겠으나, 어디나 조금씩의 격차와 성향은 차이가 나서 이에 따른 맞춤식 접근이 꼭 필요하다. 대신 마음 속에 “누구나 우등생이 될 수 있다” 는 다짐과 이에 대한 끈기가 필요하다.
"무엇이 당신을 만드는가"에서 언급한 대로 "신뢰하지만 점검하라"처럼 보완해주는 현명함과 적적한 시기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사진 : http://cafe.daum.net/Haengboghan./FPBO
4, 번데기에서 나비로,
막상 팀장의 업무를 하다 보면 이전 팀장에게 가졌던 불만과 실망감이 그 사람의 인격에서 나온 것이 아님과 어느 정도나도 동일한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린 바는, 리더들은 업무보고라는 형태로 간접적인 정보만으로 모든 정보를 다 파악했다고 믿게 되면 불행?이 시작된다. 그러므로 상위 직위에 있을수록 간접정보에서 직접 조사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정보를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게 통찰력이든 직감이든 경험이든 뭐든 말이다. 말은 쉽지만 이걸 해내는 상사는 5명 중에 1 명 밖에 안 되는 정도라서 나에게도 영원한 숙제인 동시에 학습해야 하는 미션이다.
다들 윤도현씨 “나는 나비”의 반복부처럼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를 기원한다.
**5, 얼마 전에 @unsljo님의 포스트에 댓글을 달았던 아래 글을 추가해봅니다. **
"저도 직장생활 25년 정도하니 배우고 느끼는 게 있어 몇 자 적습니다.
1, 안 해본 일에 대해서의 판단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입니다.
한창 자신감에 가득 차 있을 때, 저도 남의 일을 가볍게 제가 아는 선에서 판단한 적이 많았죠. 실제 해보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2, 무두절과 상사의 칼퇴는 아래 직원에게는 축복이다. 조건은 상사가 꼭 필요할 때는 요청할 수 있다면,,,,
3, 사소한 일이란 직원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쳐 완료할 수 있다면 맡겨야 합니다. 단, 항시 지원이 필요할 때와 대안을 준비해두고 물어보면 답해줍니다. 실패는 소중한 바탕이 됩니다.
4, 밥? 음식은 즐거움이니 최대한 체하지 않게 업무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2차는 분위기만 깔고 빠져준다. 단, 지갑은 연다.
5, 음악을 듣고 일을 해서 능률이 좋다면 저는 찬성입니다.
저는 한 직급 위의 마인드로 모든 걸 보라고 조언합니다. 과장이면 차장의 입장과 시선에서 문제를 보는 습관과 훈련이 필요하죠. 자기를 위해서. 직장은 항시 준비된 자가 그 자리를 가집니다. 그게 업무능력이건 정치력이건 분위기 메이커이건,,,,,,,
마지막으로 가장 쉬운 것인데... 내가 이런 상사가 되면 됩니다. 사람 잘 안 바뀝니다. ㅎㅎ
이 글은 공익?을 위해 쓴 것이니, 제가 이렇다는 의미는 아님을 꼭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허물을 못 벗고 헤메는 번데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