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도 키우고 몸싸움도 좀 익히려는 목적에 초등학교 5학년부터 동네에서 대학교 선수 출신인 강사에게 주말마다 2시간 씩 농구레슨을 시켰어요. 중학교에 가면서 레슨은 그만 두었지만 운동을 좋아해서인지 중학교에 가서는 자발적으로 농구부에 가입을 했더군요. 뭐 가끔씩 근처 학교 농구부랑 친선경기를 하고나서 무용담을 오래 늘어놓던 기억이 있었고 주말에는 저도 1:1 시합도 하곤 했는데, 제가 가지고 노는 정도였어요. 가소롭게, 이때쯤 제가 아끼고 소장하던 SLAM DUNK 23편을 모두 물려주었죠.
이랬던 아이가 중학교 1학년 동안 키가 약 20cm가 넘게 자라더니 이제 저보다 2cm 아래까지 치고 올라오고 신발은 저보다도 더 큰 280을 신어야 할 정도라서 이제 겉으로 보이는 신체적 조건으로는 저와 다를 바가 없지만 뛰어도 뛰어도 지치지 않는 체력에는 저질체력의 아빠는 당해낼수가 없더군요. 이제 기술마저 늘어 아빠를 가지고 노는 수준에 다다라서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주지만 아주 가끔 속에서 욱 하고 올라오는 승부욕에 무리를 해본들,,, 결과는 매 한가지입니다.
어느 날 이제 자기도 당당히 후보에 들어서 시 대항 12개 학교 리그전에 나간다고 아,,,무슨 국대도 아니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중등들의 농구가 어느 정도수준인지? 또 아들은 실제 어느 정도 실력인지 궁금해졌고 총 11경기 중에 10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강백호처럼 빨간 머리에 불타는 눈동자를 가진 아이는 없었지만 키가 180이 넘는 아이들은 쉽게 보이더군요. 역사적인 첫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후 결과는 32:24로 이기는데, 아!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뭔가 내가 이긴 듯한 착각과 나름 어깨와 몸싸움을 격력하게 하는 아들을 보자 낯선 느낌도 들었죠. 3학년이 주축이고 2학년은 가끔 백업 교체 선수로 들어가는 형태더군요.
처음 나와서는 2분을 뛰었는데 패스는 가드라서 어느 정도 하더니 슛은 2개 중에 하나도 링근처로 가지 못해서 크게 웃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스포츠용 고글형태의 안경을 안쓰면 츨전이 안되어 안경을 벗고 나갔더군요. 오는 길에 안경점에서 바로 스포츠 고글을 사주었습니다. 적당히 아들을 놀리면서도 다음 경기가 기대되더군요.
시 대항전 최종 성적은 11전 9승 2패였습니다. 1~3등까지 나가는 도 대항전에 2등으로 당당히 참가하게 된거죠. 방학 기간 중에 총 15경기를 펼치고 1, 2등은 전국대회에 나간다고 하니 첫 번째 고비는 넘어선 것입니다. 이제까지는 일반 운동화로 잘만 뛰더니 도 대항전을 앞두고 농구화를 사달라고 난리입니다. 강백호가 채소연과 함께 나이키 에어조단을 100원에 사던 것처럼, 이번 주말에 농구화를 사러갈까해요.
이 상황에서 강백호의 북산이 변적규의 능남, 김수겸의 상양, 이정환의 해남, 강동준의 풍전, 신현철, 이명현의, 정우성의 산왕을 풋내기 슛으로 이기고 올라가는 스토리가 생각나는 건 제가 너무 앞서가는 거죠?
"감독님의 황금기는 언제였습니까?" "왼손은 단지 거들 뿐"이라는 명언을 남긴 북산의 슬램덩크!
방학 중에도 계속될 아들의 도전이 어떻게 이어갈지도 궁금하지만 그 후에 나름 강해져 있을 아들을 생각하니 매 경기를 응원하고 아들과 하이파이브를 할 내 모습에 벌써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