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7
올해도 이제 다 끝나간다.
이러저러한 권유를 다 제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바로 헬스장을 향했다. 연말이라 각종 좋은 소식들이 들려온다. 한 친구는 좋은 회사로 이직했고, 다른 친구는 결혼을 하게 된다고, 또 다른 친구는 해외로 유학을 간다며 좋은 소식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친구들과 후배들은 다들 좋은 길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제자리에 서 있다. 답답하다. 도대체 몇년을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일까.... 이제 대략 1년 정도가 남았다. 내년 이맘 때 쯤에는 내 속박 중 하나가 풀린다. 속박이 풀림과 동시에 나는 다시 또한번 선택을 해야 한다. 또다른 속박의 사슬을 쓸 것인지, 아니면 홀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갈 것인지....
지금 쓰고 있는 속박의 사슬을 쓸 때부터 사실 이 속박이 풀리면, 더 고될지도 모르는 또다른 속박의 사슬을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즉, 지금 제자리에 서 있다면 나는 다시 갈림길이 있던 분기점으로 돌아가 그당시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또다른 루트를 향하려고 했다. 현재의 사슬을 목에 걸 때 나는 이미 다른 속박의 사슬을 쓰기 위한 나름의 사전 작업을 조금씩 했었다. 또다른 속박의 사슬을 쓴다면, 나는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가 한동안 거기서 제자리걸음을 해야 한다. 또다시 제자리 걸음을 하며 준비하고 또 버터야한다. 과연 나는 또다시 버틸 수 있을까?
스스로의 각오를 더 다지기 위해, 친구와 가족들에게 나의 이런 계획을 말하곤 했다.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도 뭐하러 또 고생길을 사서 가느냐고, 차라리 이직을 하거나, 자신과 같이 일을 하자고 나를 회유한다. 아니면 돈을 많이 벌진 못하지만, 또 미래가 불투명 하지만, 지금 걷고 있는 길을 조금 더 걸어보라고, 지금까지 투자한 것이 아깝지 않냐며 나를 유혹한다.
인생의 분기점에서 나는 항상 지금까지 내가 투자했던 것들에 대해 아깝다며 그것을 살리는 방식으로 결정해 왔다. 물론 지금 서 있는 길도 어렸을 때 내가 걷고 싶었던 길 중 하나가 맞기는 하다. 그러나 그 길 중에서도 내가 꿈꿔왔던 방향은 아니다.
인생이 쯔꾸르 RPG 게임처럼 분기점으로 돌아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는 더 과거 더 이전으로 돌아가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돌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게임은 세이브가 없다. 세이브가 없기에 다시 분기점으로 돌아가 또다른 길을 가려는 것은 정말 리스크가 크다. 내 지인 중 한명은 그런 선택은 내가 살아왔던 지난 몇년을 인생에서 지우는 것과 같다고 나에게 그런 비효율적인, 비이성적인 선택은 하지말라고 한다.
인간은 과연 이성적일까?
잡생각이 머릿속을 끊임없이 순환한다. 잡 생각을 지우기 위해 오늘도 헬스장에 가 런닝머신 위에 섰다. 한참을 뛰며 막 땀이 나기 시작했을 때, 친구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얼마전에 친구 생일이어서 생일 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내논 적이 있었다. 어제 아침에 친구에게 전화가 와 있었는데 회의 중이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아마 친구가 다시 전화를 걸었나 보다. 나는 친구의 전화를 받기 위해 헬스장을 나서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여러저러 사는 이야기를 했다. 오랜만의 통화라 친구의 안부를 물어볼 만도 한데, 또 내가 친구의 안부를 묻기 위해 연락을 한 건데, 오늘은 시작부터 내 이야기만 했다. 이미 내 이야기가 내 머릿속을 가득차 있었기에 나 스스로도 정리의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한참 30-40분을 내 이야기를 하다가 공원의 한쪽 끝에 와 친구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을 때, 핸드폰의 전원이 꺼졌다. 이넘의 아이폰은 추위에 너무 약하다. 밖에 나가서 전화를 하면 한시간 밖에 쓸 수가 없다. 이런
공원 한바퀴를 다 돌고 다시 헬스장에 돌려 짐을 챙겨 집으로 왔다. 핸드폰을 충전하며 씻으려 하는데 동생이 씼고 있어 컴퓨터를 틀어 기다리며 기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