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끝//고양이와 청소

beoped(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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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금

여행 中, 어제(?)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신세를 지내게 되었다.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있는 친구다. 새벽 1시가 넘게 까지 치킨집에서 수다를 떨었고, 1시 반 정도 쯤, 친구 집에 도착해 씻고 수다를 떨다 잠에 들었다.

몸에 열이 많은 나는, 어딜 가도 깊게 잠들지 못하는데, 그래서 인지 고양이들의 울음소리로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친구는 피곤했는지 잘 자고 있고[너무 이른 시간이긴 했다], 나는 고양이들의 울음 소리가 신경 써 안방 밖을 나갔다. [내가 부스럭 거리면 친구가 깰까봐 안방 밖으로 나갔다.]

방 바로 앞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앉아 있는 채로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밖으로 나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내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일단 다른 동물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나는 고양이와 거리를 벌리기 위해 식탁으로 갔고,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제 많은 일들을 상기하기 위해 일기장을 폈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고양이들은 신기한건지 나의 기록 복기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볼펜을 물고 일기장을 물고, 다리를 내 몸에 기대어 내 몸을 타고 올라가려고 여러 동작들을 시도한다. 맨 처음에는 무서워 소리도 지르고 했는데, 너무 많이 계속 들이대니까 나도 지쳤다. [사실 혹시 어제 내가 떠올렸던 생각들을 잊어버릴까봐 핵심 키워드들을 정리하느라 고양이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

어느정도 어제 내가 했던 말들과 들었던 말들을 복기하고, 이렇게 고양이들이 내 주변에서 알짱거리는데, 그래도 이전에 고양이 youtube 를 본 적이 있었으니까, 그 고양이들을 위해 내가 고양이들의 집사가 되어 주자 라고 결심 했고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 [평소에 동물들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던 나로써는 이번 기회로 동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해보자란 생각을 했다. - 어렸을 때 개에게 물렸다.]

일단 방송에서 본 것 처럼, 고양이 놀이 도구를 이용하여 이리저리 고양이들을 데려 복도와 이방 저방을 돌아다녔다. 한시간 정도 돌아다닌 것 같은데, 고양이들은 내 곁을 떠나질 않았다.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커지자, 나는 고양이들이 원한건 이게 아니라[내가 아니라] 혹시 먹이가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됬다. [배고프니 밥 내놔 이거였다!]

어제 자기전 자기 집고양이들이랑 친해지라고 친구가 나에게 고양이 젤리(?) 를 주게 했는데, 그게 각인 된 거였을까? 세 고양이 중 가장 어린 막내, 하얀 고양이가 그 젤리(?), 액체가 있던 곳을 발길질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 그거 먹고 싶다고 나를 쫒아 다녔던 거구나

그 젤리(?)를 뜯자마자 어제부터 나를 경계하며 저 구석에 숨어있던 고참 고양이도 나에게 뛰어왔다. 분명 어제 그 젤리를 줄 때 고참 고양이는 나에게 오지 않았는데. 배가 매우 고팠나 보구나

일단 고양이 세마리에게 그 신기한 음식을 나누어 주고 나니 고양이들이 어느정도 안정이 됬는지 나에게 조금 멀어졌다.

자 이제 내 시간을 좀 갖자 하고 샤워 좀 하자 하고 샤워실로 들어갔다가 샤워실에 벤 고양이 냄새와 고양이 털들이 신경이 쓰여 결국 화장실 청소를 시작하게 됬다.

친구의 집이 남자 혼자 사는 집 치고는 그래도 깨끗한 편이라고는 하는데 나의 경우, 일단 화장실에 대해 일종의 철칙 같은게 있어서 그넘의 병으로 청소를 시작하게 됬다. [또 가족들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내 방만이 아닌 가족들의 빨래, 청소 등을 하다보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됬다.]

청소를 마치고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 어제 친구가 말했던

" 배고프면 시리얼이랑 인스턴트 음식 있으니까 알아서 잘 챙겨먹어"

말이 기억이 나, 식탁으로 향했다.

ㅋㅋㅋㅋ 이런 ㅋㅋㅋㅋㅋ

친구가 너무나 친환경적인 설거지를 한 흔적들이 보였다. 나도 자취할 때에 친환경적인 설거지를 하곤 했는데, 그래도 그릇에 뭔가가 붙어있게 하지는 않았다! 화장실 청소를 하기 시작할 때 이런 느낌이 들긴 했는데, 머랄까 ㅋㅋㅋㅋㅋ

스스로 불편한 나는, 그래서 일단 싱크대에 있는, [나중에 친구왈 나름 설거지한] 그릇들을 "제대로"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나씩 흠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세면대틀 부터 시작해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는 곳 등 하나씩 닦았다.

그리고 어제 대강 솔과 물로만 청소했던 선풍기들의 상태를 보러 세탁실로 가는 순간 보아선 안 될 것을 보고 말았다. [사실 어제 자기 전에 선풍기들의 상태를 보고 기절할 뻔했다. 보네이도! 원래 보네이도도 분해해서 일반 청소기 처럼 청소를 할 수 있는데, 날개의 상태를 보니... 집에서 쓰던 보네이도도 날개 분해까지는 못해서 모터에 물이 고이지 않게 조심을 하며 청소를....]

ㅋㅋㅋ 친구는 3월에 새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지난 3개월내에 한 두번 정도 삼겹살을 집에서 구워 먹었나 보다. [그 상태를 보아 절대 한번이 아니다.] 이런 ㅋㅋㅋㅋ

이왕 시작한 김에 끝을 보자고, 어짜피 집에서도 내가 종종 청소를 하지 않냐며, 또 친구가 평소 일어나는 시간이 되려면 아직도 많이 남았고, 내가 식탁에 앉아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 고양이들이 또 방해할테니 청소를 하자 이런 생각으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기름때를 벗겨내는건 사실 쉽다. 뜨거운 물과 식초, 그리고 베이킹 소다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기름때를 벗겨 낼 수 있다. 오래된 기름 때를 벗겨내기 전에 그 때를 불리는 작업이 필요한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친구의 고양이 중 막내 고양이가 호기심이 너무 많아 내 청소작업을 유심히 목격하다가 주방 근처로 다가왔고, 그 검정 불판(?) 들을 손대기 시작했다.

아무리 유기농(?) 세제라고 하더라도 [유기농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는것은 베이킹 소다가 들어간 세제였다는거] 고양이가 먹게 되면 탈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를 격리 해야 하는데, 마침 내가 베이킹 소다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장들을 뒤지고 있을 때 고양이가 그 장으로 들어갔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하얀 고양이는 저 거실 구석진 곳으로 유배를 보내거나, 부억장으로 유배를 보냈다. [문을 닫았다가 야옹 울면 금세 꺼내 다시 거실로 보냈다. 고양이도 갑자기 문이 닫혀 캄캄한 곳에 가면 아무래도 무섭지 않을까 싶어서...]

청소가 끝나니, 그동안 잠시 쉬고 있던 둘째 고양이가 나에게 다가와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그 둘째 고양이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고양이 언어를 검색하기도 하고, 그런 선입견, 사전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고양이를 이해해보자 하며 둘째 고양이와 또다시 복도와 소파를 누비며 집안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둘째 고양이의 나쁜 습관을 하나 발견했는데, 고양이가 배변 연습이 잘 안 된듯 싶다. 고양이의 배설과정은 개의 배설과정과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ㅋㅋㅋㅋ 그걸 직접 내 눈으로 보게 되다니

이렇게 많이 움직여서 그런지, 둘째 고양이가 고양이 참치캔 앞에서 또 야옹 야옹 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젠 직접적으로 배고프다고 밥달라고 나에게 명령을 하는 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시간도 꽤 지났겠다, 이건 주인에게 물어보고 주자 라고 친구를 깨우러 안방에 들어갔는데, 막내 고양이가 나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왔다.

이런 ㅋㅋㅋ 친구가 안방은 고양이 금지구역으로 정해놓고 고양이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것 같은데, 호기심이 매우 왕성한 녀석이다. 일단 친구가 어느정도 정신을 차려 고양이들에게 참치캔을 주어도 좋다고 하여 참치캔을 뜯으러 거실로 나갔다. 이 고양이 친구는 어제 내가 잤던 곳이 신기한지 내가 잤던 이불 위에서 몸을 비비고 난리 부르스를 추었다.

아 밥을 주면 나오겠지 하고, 참치캔을 뜯는 순간, 막내 고양이를 제외한 첫째, 둘째 고양이가 나에게 우루루 뛰어왔다. 그릇 하나로 두 고양이들의 음식을 줄 수 없어서 일단 절반 정도를 그릇에 덜고 나머지 절반은 캔으로 다른 고양이에게 대접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막내 고양이에게 거실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밥먹자 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밥" 이라는 단어를 알아 들은 걸까 아니면 다른 고양이들이 무엇인가를 먹고 있는 것을 본 걸까, 갑자기 고양이가 바깥으로 나가더니 참치캔으로 먹고 있는 고양이와 경쟁하기 시작했다.

마침 참치캔의 통조림을 절반만 딴 상태라, 뚜껑을 제거하여 두 고양이가 둘다 먹을 수 있게 했는데, 그 과정중에 손을 베였다. [어디 혈을 베였는지, 생각보다 오랫동안 피가 났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주먹을 줬던 손에서 피가 묻어 나와 나도 놀라고 주변 사람들도 모두 놀랐다. -ktx 입석 中 ]

ㅠㅠ 친구가 일어났고, 이왕 청소를 한 김에, 안방 화장실을 청소하려고 친구를 청소했던 화장실로 보내고, 나는 안방 화장실로 가 청소를 하며 다시 샤워를 했다. [이미 일어난지 5시간 정도 지난 상태였고, 고양이들이 나를 많이 핥았기에 찝찝한 상태였다. ] 그리고 친구에게 청소기를 돌리게 하고 둘이 밖에 나가 분리수거를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오는 열차안, 밑에 가방끈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이 있을 때마다 그 나에게 스킨십을 해대던 둘째 고양이가 생각이 났다. 이런 벌써 내가 그 고양이들에게 정을 줘 버린 건가... [나는 너무 쉽게 정을 준다 ㅠㅠ] 이런 ㅋㅋㅋ

서울역에 도착해 이제 집으로 향하는 와중, 역시 예사롭지 않은 하늘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비가 쏟아졌고, 온 몸으로 비를 맞으며 또 한번 세수를 했다.

젖은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니 나에겐 빨래라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빨래 양이 조금 됬기에 두번에 나누어 빨래를 하기로 했다. 지금 첫번째 빨래를 끝내 널어두고 두번째 빨래를 하는 틈에 오늘 있었던 고양이와 청소의 일과를 기록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두번째 빨래도 끝이 났다. 이걸 내가 한시간 가까이나 쓰고 있었단 말인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지 피곤하다. 오랜만에 고양이 히어로즈 유투브나 보면서 잠에 들을까?

시작부터 끝까지 고양이와 청소로 일관성이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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