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상비평을 빙자한 아무말
지인의 추천으로 보게 된 영화다.
집에서 딴짓하면서 봤는데도 이상하게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왜지?’
액션이 빵빵 터지거나, 엄청 웃기거나, CG가 화려하거나 등등
보통 눈길을 끌 수 있는 요소가 없음에도 몰입이 돼 신기했다.
뭐.. 사실 답은 간단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좋은, 잘 만든 영화니까.
그리고 과하지 않았다.
모든 연출에는 의도가 들어있겠지만,
이 영화의 연출에는 그 의도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그 의도가 100% 성공적이었다고 표현해야 할까?
‘암살자의 도시’라는 극단의 상황을
오버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렸기에 더 묵직하게 가슴에 남는다.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스틸 이미지)
● 권선징악이라는 판타지
권선징악은 참으로 오래된 이야기다.
착한 주인공은 행복하고 나쁜 악당은 벌을 받는 이야기.
시카리오를 보면서 왜 권선징악이라는 이야기가
이토록 오랫동안 반복되는지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내리게 된 결론은,
권선징악이 판타지였다는 것.
물론 현실에서도 가끔은
착한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나쁜 사람이 벌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경우에
나쁜 사람들이 잘먹고 잘 살고 착한 사람들은 힘들고 불행하게 산다.
그렇기에 착한 사람이 잘사는 세상을 이야기 속에 풀어내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판타지로 소비된 것 아닌가 싶다.
반면에 시카리오는 판타지 속에서는 늘 명확하던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고 그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주인공을 조명한다.
발버둥치고 저항하고 자신이 믿는 선을 위해 행동하지만,
결국 주인공마저 자신의 선이 무엇인지 길을 잃고 좌절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그 모습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살지는 관객의 몫일 거다.
죽거나 죽이거나 또는 침묵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