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노동을 하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꽤 많이 했다.
머리와 몸을 동시에 쓰는 일은 나로서는 늘 장착하고 있어야하는 것이었다.
대학 대학원 시절 회화를 전공으로 선택했고, 두뇌싸움과 고된 노동이 완벽하게 결합된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가졌으니 말이다.
무언가를 밤새 고민하고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삶의 태도는 오랜시간 나에게는 일상이자 의무였다.
결혼을 하고나서 노동의 강도는 다른 방향으로 강해졌지만 여전히 나는 손과 몸이 움직여야하는 노동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손을 움직인다는 것은 나의 감각과 연결된 일이고 이것은 곧 나를 확인하는 행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머리가 복잡할 때 아무 생각없이 살림(빨래, 청소, 요리 등)에 전념 하거나 혹은 반대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도 몸을 움직이다보면 머리에 불 하나가 들어오는 경험을 한다.
한 때 DIY로 유명한 이케아에서 산 가구를 해체해 새로운 물건으로 개조하는 이른바 '사물해킹'을 하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큰 이슈였다. 1960년대부터 종로의 세운상가를 지켜온 장인들과 아티스트, 테크니션들이 만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노동력과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오랜시간 사회를 지탱해왔던 노동 혹은 움직이는 손의 위상은 여전히 유효할까 아니면 AI의 것이 될까.
만지작 거리면서 실패를 즐기는 아이들의 팅커링(tinkering), 음지에 있던 오타쿠와 너드의 반격. 그저 무언가를 '만든다'라는 개념을 넘어 새로운 감각과 삶의 태도로 인도하는 위대한 손노동은 놀이와 예술로도 이어진다. 잉여인간들의 놀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새로운 가치로 인정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평소 이런 관심사를 공유 했던 남편과 함께 작년부터 아트토이(arttoy)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하지만 특별하고 가치있는 사람들 '메이커스(makers)'가 주인공이다. 비주류활동에 몰두하는 사람들, 무언가에 미친 별난 사람들 말이다.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 작업하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응원도 받으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분명 자신을 완전히 몰두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허접한 것일지라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라도 그게 무엇이든 내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