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년시절을 떠올려보면 떠오르는 몇 장면 중 대부분은 엄마와 함께였다.
엄마와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거나 엄마와 매일 출근도장 찍었던 동네 단골서점의 풍경, 어두운 내 책상 밑에서 읽던 책들.
내가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워보니 엄마가 나에게 왜 책에 대한 기억을 많이 남겨주셨는지 이해가 된다.
우리 집은 동네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책 많고 예쁘게 꾸민 집으로 유명했다.
어린 내 눈에도 엄마의 감성은 남달랐다. 특히 인테리어 감각이나 엄마의 패션은 개성이 있었고 글도 잘 쓰셔서 엄마의 편지를 받고 감동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엄마는 나를 은행으로 데리고 가셔서 내 이름으로 적금을 들고 큰 돈이 모이면 그 돈으로 책을 사주셨다.
그리고 매일 하루도 빠지지않고 동네 서점에 데리고 가셨다.
층고가 높았던 동네 길가의 하얀 서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다정다감한 서점아저씨는 고른 책 표지를 투명한 아스테이지로 늘 정성스럽게 포장해주셨다. 엄마 한 권, 나 한 권 매일매일 각자 한 권 씩 사서 그 날 다 읽는 것이 엄마와 나의 즐거운 취미생활이었다.
이런 독서생활은 과묵하고 내성적인 내 성격과도 너무 잘 맞았던 것 같다. 외출할 때도 항상 책을 가지고 다녔고 차에서나 식당에서나 책읽기를 좋아했다. 내가 잘 했다기 보다는 엄마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셨다는게 맞겠다. 그래서일까 어른이 된 지금도 고민이 있거나 쉬고싶을 땐 사람보다는 책을 찾는 편이다.
엄마는 나에게 책이라는 평생 친구를 선물해주셨다.
지금 이 세상에는 안 계시지만 만약 살아계셨더라면 우리 엄마는 내 딸아이에게 어떤 할머니일까.
아마도 손녀에게 책을 아주 많이 선물해주시거나 아니면 손녀를 위한 그림책을 직접 만들어주는 센스있는 할머니였을지도 모르겠다.
의식하지 못한채로 아주 자연스럽게 내 딸에게도 책이라는 친구를 소개하는 엄마인 나를 발견했다.
천장만 보고 누워있던 아기 때도 매일매일 책을 읽어주고 어린이집대신 책놀이 공동육아를 선택해서 친구들과도 책 읽으며 놀게했다. 그래서 이제 5살이 된 아이는 어린 시절의 나처럼 책읽기를 무척 좋아한다.
우리 엄마처럼 하지는 못하지만 아이와 자주 서점과 동네 도서관에 간다.
어린시절 매일매일 엄마와 책방에 갔던 따뜻하고 고마운 기억을 가지고,
나도 내 딸에게 그런 엄마로 기억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