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화
“엄마도 참! 청승맞게 왜 그래요?”
문희는 밥을 먹다말고 어머니에게 쏘아 붙였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쏘아 붙이던 문희의 눈에서도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다.
“미안하다. 모처럼 저녁다운 저녁을 먹어서 그런가보다.”
문희의 어머니는 다시 눈물을 훔치며 물을 마시고 뒤로 물러앉았다.
“많이 먹어.”
“네, 문희씨가 한 밥이라 그런지 더 맛있네요.”
태식은 애써 문희의 어머니에게 웃어 보였다.
“치, 공치사는… 태식씨 답지 않아요.”
“밥 더 없어요?”
태식은 옆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 문희의 오빠 문석의 밥그릇에서 한 수저 가득 퍼내어 익살스럽게 입에 넣으며 문희를 바라보았다. 순간, 문희와 문희 어머니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굳어졌다.
문석의 밥그릇 주변엔 마치 어린아이가 밥을 먹은 것처럼 많은 밥알들이 흘려져 있었고 문석은 손을 떨어가며 제대로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지 못한 탓인지 얼굴에도 밥알들이 붙어 있었다. 더욱이 침을 흘려가며 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문석의 밥그릇엔 그의 침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 밥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먹는 태식을 보며 문희와 그녀의 어머니는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으-허허허”
문석은 자신이 먹던 숟가락으로 태식의 어깨를 때리며 웃었다. 그의 턱엔 여전히 침이 흐르고 있었고 입속엔 하얀 밥알들이 가득 들어 있는 채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은 살아 온 길처럼 주름이 굵게 잡혀져 있었다.
“형! 밥 늦게 먹으면 내가 다 뺏어 먹는다?”
태식이 문석을 바라보며 웃자 그제야 문희와 그녀의 어머니도 따라 웃었다.
식사를 마치고 문희가 부엌에서 설거지 하는 사이 태식은 문석과 나란히 마루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뚜렷이 발음하지 못하는 문석의 말을 알아듣기도 힘들었고 더듬거리는 그의 말을 듣기에는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뿐 모든 사고는 정상인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 태식은 문석에게 형이라 부르며 그가 이야기하는 것들을 귀 기울여 들어 주었다.
“태…식…띠, 우리…무니… 마니…사랑해조.”
띄엄띄엄 말하는 그의 손이 떨리고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사뭇 진지하게 빛나고 있었다.
“알았어요. 형! 걱정하지마!”
문석은 떨리는 손을 가까스로 들어 올리더니 태식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태식은 어깨위로 올려 진 문석의 손을 잡아 보았다. 그의 손은 무척 따뜻했다. 그리고 부드러웠다.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장애를 가진 그의 손이 여느 사람과 같이 심장에서 뜨거운 피가 박동질치며 따듯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에 태식의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형! 내가 만약 문희와 결혼하면 형은 나와 함께 사는 거야! 알았지?”
태식은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있는 문석에게 속삭이듯 말했고 문석은 아무 말 없이 태식을 바라볼 뿐이었다.
설거지를 마친 문희가 마루로 커피를 내왔다. 그녀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이미 마음 한구석에 구질구질한 살림살이를 태식에게 보이고 말았다는 씁쓸함은 없는 듯 했다.
“어? 왜 형님 것은 안 가져와?”
“오빠가 어떻게 마셔? 물 마시는 것도 힘든데…”
“아냐, 커피에 찬물을 약간 타서 빨대를 꽂아 주면 되잖아!”
문희는 말하고 있는 태식의 입술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요. 그렇게 하면 되겠네.”
문희는 부엌으로 가더니 금세 오빠의 커피를 내왔다.
“어머니! 이제 그만 가봐야 겠습니다.”
“그래, 자주 놀러와.”
커피를 마시고 일어나며 태식은 방안에 있는 문희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문석에게는 인사 대신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나오지 마!”
태식은 문희에게 따라 나오지 말 것을 이야기했지만 문희는 태식의 뒤를 따라 대문을 나오고 있었다.
“태식씨…”
어깨 뒤에서 낮게 부르는 그녀의 음성이 안개처럼 태식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문희는 살며시 태식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고맙다는 건 뭐고 미안하다는 건 뭐야?”
“그냥, 태식씨 때문에 오랜만에 엄마와 오빠가 웃는 모습을 봤어. 그리고 애써 우리 오빠에게 잘해주는 것도…”
맞잡은 손이 어느새 축축해지고 있었지만 태식과 문희는 손을 꼭 잡은 채로 나란히 골목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문희씨! 그런 소리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냥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아, 단지 내 마음이 좋아서 했을 뿐이야.”
태식과 문희는 멈추어 서서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문희의 얼굴이 태식의 어깨로 가만히 기대어 왔다.
“그냥, 아무 말 하지 말자.”
태식은 그녀의 어깨를 힘주어 잡아 주었다.
짙은 구름 사이로 가을 밤하늘은 유난히 환한 별빛으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