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늦으시려나 보다."
늦가을,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어머니는 마당에 펼쳐놓은 평상에 걸터앉아 한숨을 내쉰다. 형석은 잠결에 들려오는 어머니의 한숨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끼며 몸을 기울여 옆으로 돌아눕는다.
"벌써 추워지면 어떡하지…"
형석은 생각했다. 문틈에서 새어 나오는 바람이 제법 차가워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한기가 느껴질 정도의 추위가 다가오면 술에 만취한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일이 늘 괴로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지금쯤 어머니는 아버지를 찾아 나설까 생각하고 계신지도 몰랐다.
“휴, 징그러운 세상.”
“차라리 죽어버리기라도 하지, 왜 이렇게 사람 속을 태운다냐.”
사실 그랬다.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어머니 속을 애태우며 기다리게 하셨다. 술을 좋아하는 형석의 아버지는 일이 끝나면 어김없이 근처 술집에서 막걸리를 드시곤 하셨다. 월급날이 되면 그동안의 밀린 외상값을 갚고 또 외상을 달고 술을 마시는 일이 반복되곤 하다 보니 어김없이 월급날엔 밤 열두 시를 넘겨서야 겨우 몸을 가누시며 들어오시기 일쑤였다. 그리고는 아침에 출근하시기 전 문 앞 마루에 얄팍한 월급봉투를 툭 던져놓고는 아무 말 없이 자전거를 타고 동구 밖을 벗어나셨고 어머니는 그때마다 월급봉투를 들여다보고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곤 하셨다.
"아야, 얘들아!"
"새벽 한 시가 다 돼도 너희 아버지가 안 들어오신 걸 보니 아무래도 나가봐야 할 것 같다."
"옷 입고 나와라."
오늘 새벽밥을 먹고 출근을 해야 하는 둘째 형만이 형이 형석의 옆에서 잠을 못 이루다 어머니의 말에 대꾸를 한다.
"예! 금방 나갈게요."
그리고는 곤히 잠들어 있는 형원이 형을 흔들어 깨운다.
"야! 형원아 아버지 찾으러 가자."
"아-이, 정말 아버지는 왜 그러시는 거야?"
투덜대면서 일어서는 형원이 형도 잠을 깬 것에 대한 불만으로 투덜거렸을 뿐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런 일이 이미 일상처럼 되었기 때문에 투덜댄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형석인 눈을 뜨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있는 형들의 모습을 보았다.
"나도 따라갈까?"
형석은 혼자 있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또, 형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함께 가겠노라고 말을 했다.
"그래, 그러자! 아무래도 여러 명이 흩어져 찾으면 빨리 찾을 수도 있겠지."
형만이 형이 대꾸를 했다.
제법 쌀쌀한 11월 초순, 얼마를 헤매야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기에 모두 두껍게 옷을 껴입고 단단히 채비를 하였다.
"젠장!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어휴, 정말 징그러워 죽겠네!"
다혈질인 성격의 형원이 형이 불만을 끝내 참지 못하고 거친 말을 뱉어낸다.
"이 자식이, 따라오기 싫으면 그만둬! 그래도 우리를 낳아주신 아버지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지, 안 그래?"
형만이 형이 질책을 했다. 형만이 형은 늘 너그러웠다. 동생들에게도 그랬지만 부모님에게도 늘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항상 최선을 다했다. 낮에는 시내에 있는 무역 회사의 급사로 일을 하며 야간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형만이 형은 늘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충실히 하는 형이었다.
"그래, 다들 잘났어! 다들 잘났다구! 어디 이런 일이 한두 번이어야 이야기를 안 하지,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차라리 아버지가 안 계시면 좋겠어. 젠장!"
형원이 형은 얼굴이 붉어지며 또 한 번 거친 말을 내뱉었다.
‘그래, 어쩌면 그렇게 되는 게 서로 좋을지도 몰라, 아버지가 없다면 더 편하게 살 수 있을지…’
형석은 말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형원이 형의 말에 공감을 하고 있었다.
"철-썩."
형만이 형의 손이 형원이 형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이 자식이, 그걸 말이라고 해!"
묵묵히 앞서 걸으시던 어머니가 돌아보셨다. 그리고는 한동안 형들을 쳐다보셨다.
"……"
오랫동안 길 가운데 서서 얼어붙은 것처럼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그것은 형들이나 형석이도 어머니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멈추지 않을 것처럼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엄마, 죄송해요."
얼마쯤 지났을까 형원이 형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희미한 달빛에 보아도 벌겋게 물든 뺨을 매만지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모두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초승달이 복숭아 나뭇가지에 걸려 마치 그 광경을 지켜보기라도 하듯 꼼짝하지 않고 멈춰 있었고 별들은 싸움구경을 놓칠 수 없다는 듯 더욱더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컹! 컹!"
집을 나선지 네 시간쯤 지났을 무렵, 뒤를 따라왔던 메리가 꼬리를 흔들며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가 탱자나무 울타리로 들어서실 때면 어김없이 맨 먼저 짖고 꼬리를 흔들며 뛰어가 맞이하는 털이 노랗고 유난히 반질반질한 메리가 오늘도 그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먼저 찾은 것 같았다.
형석은 틀림없이 어두운 수풀 어딘가에 아버지가 쓰러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형만이 형이 메리의 뒤를 따라 달려갔고 모두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버지!"
멀리 어둠 속에서 아버지를 부르는 형만이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술에 만취한 아버지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한쪽 풀밭에 자전거를 버려두고 낙엽 속에 반쯤은 묻혀 있었다.
영리한 메리가 아니었다면 어둠 속에서 아버지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형만이 형과 형원이 형이 아버지를 부축해 일으키자 아버지는 중얼거리듯 말을 뱉었다.
"응, 왔냐? 뭐 하러 여기까지 나왔냐!"
형석인 그렇게 부드럽고 인자하게 말을 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평소에 워낙 무뚝뚝하신 아버지는 그나마 술을 드시고 기분이 좋으신 날에는 말씨가 한결 부드러워지셨다.
어머니와 형석인 아버지의 자전거를 붙잡고 끌며 뒤를 따랐다.
"놔라!"
아버지는 형만이 형과 형원이 형이 잡은 손을 뿌리치시며 한 걸음 크게 앞질러 가시며 비틀거리셨다.
그리고는 '목포의 눈물' 한 소절을 구슬프게 부르신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아버지께서 노래를 부르시며 어느새 그 거친 손으로 눈물을 닦고 계시는 것이 어둠 속에서도 뚜렷이 보였다.
'아버지는 무엇 때문에 항상 술을 드시면 저렇게 우시는 걸까?'
형석은 술을 드시고 간혹 눈물을 흘리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알 수 없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희는 모른다. 자식들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어야! 이놈들아!"
아버지는 어느새 역정을 내시고 계셨다. 아니 그것은 깊은 한숨과 함께 튀어나온 한탄 같은 것이었다.
"또 시작이다, 또 시작이야!"
어머니는 더 이상 아버지께서 말씀을 못하게 말을 가로막으셨다. 비틀거리며 가는 아버지의 모습 뒤로 형만이 형과 형원이 형이 뒤를 따르고 풀과 흙으로 범벅이 된 자전거를 형석이와 어머니가 끌고 말없이 따라가고 있었다.
마치 더 이상 말을 하면 안 된다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노오란 달빛이 비추는 비포장 길 위에서 조용히 걷고 있었다.
간혹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곤 하였다.
형석인 깊은 생각에 잠겼다.
몇 년 전, 아버지를 따라 아버지의 고향인 경상남도 의령에 갔던 일을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대구 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몇 시간 동안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또 한 시간여 가까이 걷고서야 도착했던 아버지의 고향,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아주 오랫동안 고향을 찾지 않으셨다는 아버지는 감회가 남달랐는지 어린 아들에게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법도 한데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하셨다.
아버지의 고향엔 낡고 허술한 기와집 몇 채와 초가집도 눈에 띄었고 동네 앞 논과 밭길 사이로 제법 큰 냇물이 보였다.
아버지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고 다만 몇몇 노인들이 할아버지의 함자를 대자 아는 체했을 뿐이었다.
좁은 흙길을 지나 동네에서도 약간 벗어난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했고 동네가 끝날 때쯤 산 밑 어귀에 이르러 아버지는 비로소 형석에게 말을 건넸다.
"여기가 아부지가 태어나 자랐던 곳이다."
"……"
"여기 이 나무 아래 늘 너희 할머니가 서 계셨었지…"
느티나무였다. 수령이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이 된 듯한 느티나무가 작고 푸른 잎을 나풀거리며 우뚝 서 있었다.
"저곳이 아부지 집이 있었던 곳이다."
아버지는 형석에게 돌아서서 형석의 등 뒤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집터조차 찾기 힘들구나. 오십 여년이 지난 지금 집터조차 찾을 수 없을 줄 알았더니 그래도 용케 찾았구나!"
"여기가 아버지가 태어나 자랐던 곳이에요?"
형석은 다시 반문해 물었다.
형석은 마음속에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옴을 느끼고 있었다.
느티나무가 없었다면 알아보는 것조차 힘들었을 것 같은 아버지가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었을 집터에는 잡풀만 무성히 자라있었고 도무지 아버지가 태어나 자랐던 흔적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머니, 어머니, 흐흑…"
어느새 아버지는 느티나무를 붙잡고 흐느끼는가 싶더니 이내 소나기 같은 눈물을 흘리며 걷잡을 수 없는 울음을 터뜨리고 계셨다.
"어머니, 어머니! 흐 흐흑…"
아버지는 지금까지 그렇게 슬프게 우셨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저 강직하고 거친 분이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던 형석은 아버지가 우시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 아버지는 얼룩진 얼굴을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아주 어렸을 적에 일본으로 돈을 벌러 가신다고 집을 나가셨단다. 그리고는 십 년이 가까이 되도록 돌아오시기는커녕 소식도 한 번 없으셨지, 이 아부지가 어른이 되어서 네 엄마와 결혼을 하고 나서야 할아버지가 날 찾아 왔더구나. 그것도 일본에서 결혼한 새 할머니와 함께 말이다.”
아버지는 복받치는 설움을 견딜 수 없었던지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랬다. 아버지가 느티나무를 붙잡고 우실 때 형석인 무엇인가 아버지에게 깊은 사연이 있음을 짐작했었다.
할머니는 돌아오시지 않는 할아버지로 인해 생계를 더 이상 꾸려나가지 못해 결국에는 어린 아버지를 남의 집 머슴으로 보내야 했다. 그것도 어린 아들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다시 찾아올까 경상남도 의령에서 멀고도 먼 전라도 땅 화순까지 보내셨다고 했다.
아버지가 남의 손에 이끌려 머슴으로 떠나던 날, 할머니는 십여 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할아버지를 기다렸던 그 느티나무 아래에서 느티나무 둥치를 붙잡고 통곡을 하셨다고 한다.
“네 아버지 언제 오신다냐, 네 아버지 언제 오신다냐, 흐흑…”
남의 손에 이끌려 뒤돌아보며 울고 가는 아버지의 모습 뒤로 할머니는 그렇게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구슬프게 우셨다고 한다.
그 일이 있고 몇 개월 후, 아버지는 머슴살이를 하며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처절하게 자신의 뒤에서 울며 어린 아들을 불렀을 어머니의 모습이 단단한 흙을 뚫고 깊이 뻗어 있는 느티나무 뿌리처럼 아직도 아버지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네 할머니 돌아가시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이내 아버지는 말문을 닫아 버리셨고 형석이도 더 이상 아버지의 과거를 묻지 않았었다.
벌써 새벽 5시가 훌쩍 넘어 버렸다.
형석은 그때의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며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셨던 아버지의 모습에 여린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피곤하고 다리도 아팠을 법도 한데 형들을 비롯한 그 누구 하나 아버지를 씻기고 늦은 잠자리에 들기까지 불평하지 않았다.
집과 100미터쯤 떨어져 있는 변소 지붕 위에서 닭이 홰를 치며 벌써 아침을 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