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으며 / 안해원
한 번도 너 자신으로 살지 못했던 넌
구석에서 여전히 일상의 먼지들만 붙들고 시름 하고 있다
오물을 훔쳐내고도 오염원의 누명을 쓴 지명수배자가 되어
체온조차 기대할 수 없는 후미진 곳으로 호출되고
가슴을 쥐어짜는 진통을 겪으면서도 번번이 외면당한다
마당의 오물 속에서 뒹굴고도 여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하수구 도랑에서 흙탕질하고도 여인을 춤추게 하는
바람의 가벼움이 오히려 무섭다
깨끗함은 오물투성이 너에게서 나오고
오물은 깨끗하다는 그에게서 나오는
역설의 아이러니 앞에서
그가 지나는 길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지막 눈물조차 말라가면서도 너는
기꺼이 그의 깃발이 되고 있다
찢어지고 구멍 뚫려도 미치도록 펄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