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방울이 / 안해원
유기견보호소 세 번째 칸,
안락사를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지.
이상했어, 한 녀석도 짖지 않고 오히려 낯선 나에게 꼬리를 치며 매달렸지
그중에 눈이 방울 같고 털이 하얀 녀석이 펄쩍펄쩍 뛰어올라 제일로 튼튼해 보였어
사실은 아담하고 귀여운 녀석을 데려올 생각이었는데, 그만 그 녀석을.
눈이 방울 같아서 방울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집에 데리고 온 날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일주일을 일어나지 못했어. 그렇게 팔팔하던 녀석이
겨우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 방이며 거실이며 돌아다닐 무렵,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어.
털이 심하게 빠지는 털개였어. 게다가 우리 집은 아파트였거든.
아내는 선전포고했어, 데리고 나가든지 내다 버리라고
심하게 다툰 날 저녁, 녀석을 보조석에 태우고 이십 분 정도를 달려 산으로 데리고 올라갔어
라면상자에 녀석을 앉히고 쓰다듬어 주며 미안하다고 말하곤 산을 뛰어 내려왔어.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은 후에 백미러를 올려다보았어.
방울이가 죽을 힘을 다해 따라오는 것이 보이자 가속페달을 더 힘껏 밟았어.
아니 내 마음을 더 짓눌렀는지도 몰라. 눈물이 나서 눈물이 나서.
얼마쯤 갔을까 방울이는 보이지 않았어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어.
새벽녘까지 뒤척이다 결국 다시 차를 몰고 산으로 향했어
제발 그 자리에 없기를 바랐어
산 중턱에 올라 라면상자를 놓아두었던 곳으로 다가가며 녀석을 불렀어.
방울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캄캄한 밤 인적도 없는 곳에서 밤새 기다렸던 거야
부끄러웠어, 자기를 버리려 했던 나를 방울이는 꼬리를 치며 핥아댔어
아파트에서 사는 동안 좁은 베란다에서 방울이는 잘 버텨주었어
그리고 주택으로 이사한 후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했어.
방울이는 헤어질 수 없는 우리 가족이 되었어.
어느 날, 장모님이 오셔서 시골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하셨어. 너무 영리하다고
말릴 수가 없었어 홀로 사시는 분이었거든.
차에 싣고 다섯 시간을 달려 방울이를 장모님과 함께 데려다 주었어
내리지 않겠다고 버티던 방울이를 억지로 끌어내어 대문을 닫고 다시 차를 몰았어.
방울이는 이제 장모님의 딸이 되었어.
운동도 같이 다니고, 복지관 함께 갔다가 돌아오곤 했어. 자식보다 낫다고 하셨어.
추운 날엔 거실에서 재우고, 새끼를 낳을 때는 고기를 사다가 숟가락으로 떠먹이셨어.
벌써 십 년이 지났는데도. 방울이는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
버리려 했던 나를, 버려졌던 녀석을 또 버리려 했던 나를
아직도 죽기살기로 나만 좋아해.
장모님 돌아가시면 다시 데려 올거야
처갓집에 가면 내 차 소리만 들려도 달려와 보조석에 성큼 올라타 내리지 않으려는
방울이에게 매번 약속했거든
제대로 걷지 못하시는 장모님 잘 돌봐드리고나면
꼭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고
방울이는 지금도 날 기다리고 있어, 이제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