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부터 아마존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마존에 대한 소문때문에 기대 반 걱정반이었다. 지난 회사 동료들과의 이별이 아쉬워 감성에 젖기도 하고, 여유시간을 가이드독 개발에 보내며 주말을 잘 마무리 하고 월요일날 출근하였다.
첫날부터 정말 정신 없었다. new hire 오리엔테이션을 한다며 아침 8시까지 오라고 했다. 덕분에 5시 50분에 일어나야 했다. 처음 해보는 런던 출근이라 설레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한 상태로 아마존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70% 이상은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들이었고, 나머지는 경력들이었다. 매주 월요일에 오리엔테이션을 하는데, 내가 입사한 날에는 거의 70명 정도가 왔다. 아마도 대학교 졸업생들이 이날을 가장 많이 택한 것 같다. 영국의 대학교는 9월부터 학년이 시작되어 이듬해 여름에 졸업한다. 따라서 여름 휴가 기간이 지난 9월초에 입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8시까지 오라더니 계속 딜레이가 되어 거의 한시간동안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한시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시작하나 했더니, 줄을 서랜다. 랩탑을 수령하고 임시 사원증을 발급받는데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오랫만에 쪼르륵 줄서서 이리저리 데스크를 옮겨다니며 분주하게 움직이니 마치 대학교 신입생이 된 느낌이었다. 처음보는 사람들과 서먹서먹 인사하며, 눈 마주치며 웃고, 찔끔찔끔 줄어드는 줄 따라서 움직이던 느낌이 딱 그때의 그 느낌이었다. 내 위로도, 내 아래로도 나이는 천차만별이지만 영국에서는 보통 그냥 친구 (조금 덜편한 친구 정도) 니까.
드디어 내차례가 되어 랩탑을 수령했다. 입사 전에 뭐쓸건지 물어보길래 맥북프로 15인치를 요청했었는데, 13인치를 받았다. 바꿔달라고 하려다가 첫날부터 까탈스럽게 굴고싶지 않아서 일단 수령했다. 랩탑만 주면 될것을 백팩까지 하나 주는 바람에 나는 하루종일 두개의 백팩을 메고 다녀야 했다. 랩탑을 수령하고나서는, 임시 사원증을 만들기 위하여 사진을 찍어야 했다. 내 이름이 적힌 A4용지를 가슴정도 높이로 들고는 억지로 씨익 웃으면서 서있었다. 웃음기 하나 없는 사진사는 하나둘셋도 없이 사진을 찍고는, 이따가 나의 매니져가 가지고 올거라고 이야기 해 줬다.
미팅룸으로 들어갔다. 모두들 설렌 모습. 아재, 할배, 아줌마, 처녀, 총각 모두 모여서 커피와 빵을 먹으며 눈을 껌뻑이고 있다. 나도 아재그룹중 하나로 조인. "아마존이 얼마나 대단한가!" "아마존의 혁신" "아마존에서 일하는 방법" 같은 뻔하고 지루한 내용을 2시간에 걸쳐서 프리젠테이션 하는데, 졸려서 눈이 감겼다. 첫날이니 꾹 참고 끝까지 꾸역꾸역 듣고는, 서둘러 미팅룸을 나섰다. 미팅룸 앞의 로비에는 나의 매니져인 개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꼭 시커머죽죽하니 죄인처럼 나온 내 사진이 박힌 사원증을 들고. ㅎㅎ
졸린 눈을 비비며 개리와 잡담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를 하러 함께 버거집에 갔다. 좁은 골목 안 구석 건물에 있는 버거집이었는데, 겉에서 보기에는 매우 허름하고 작았다. 그런데 들어가보니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지하로 확장하여 굉장히 넓었다. 고풍스러운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만나는 모던한 인테리어가 있는 공간은 묘한 자극을 준다. 그리고 거기서 먹은 버거는 영국에서 먹어본 버거중에 손에 꼽히게 맛있었다. 가격은 약간 세긴 세지만, 여행온분은 한번 들러서 드셔보길.
주소및 위치는 아래와 같다.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같이 일할 애들하고 인사했다. 나이대가 젊다. 내 옆에 앉은 애는 21살이라고 한다. 생긴건 나보다 늙어 보이는데. 노트북을 설치하기위해 매니저가 알려준 비밀번호로 로그인을 하려는데 비밀번호가 틀렸다고 나온다. 아직 서버쪽에 셋팅이 안된것 같다고 하여 한시간 두시간 계속 기다렸는데 여전히 로그인이 되질 않는다. 일단 모니터 등등을 연결해 놓고, 비밀번호가 먹히기만을 기다려 본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부산 떨었더니 졸리고 뒷목이 땡기고 허리가 쑤신다. 집에 가서 눕고싶다. 좀 졸고있으면 매니저랑 다른애가 와서 신경써준답시고 자꾸 말건다. 비번이 안먹어서 암것도 못하고있다고 빙구 웃음일 지어준다. 좀있으면 또올텐데 길게 이야기하지 말자.. 참다못해 IT부서에 찾아갔더니 아무도 없다. 옆팀에 물어보니 오늘 IT 팀은 아무도 출근 안한다고 한다. 끝내 비밀번호가 되지 않아서 폰좀 만지다가 4시에 집에 왔다.
정말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