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뉴비 철학자입니다.
저번에 올린 포스팅 '인공지능이 고전을 번역할 수 있을까? (인간 번역 대 기계 번역)'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의견과 질문을 개진해 주셨습니다(페이스북 댓글 포함). 그 문제들 중 몇 가지에 대해 답하겠습니다. 먼저 제기되었던 내용 몇 가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작가의 의도 파악은 불가능하다. 즉 인공지능은 언어의 의미 파악을 못한다. (
@genius0110
@peterchung)
인간도 이해 능력이 충분치 않지만, 실패들이 쌓이다 보면 좋은 번역에 이르듯이, 인공지능도 처음에는 부족함 점이 많겠지만, 결국에는 인간만큼의 번역물을 내놓을 것이다. (
@bonyjo)
이 분야 최첨단에서 실질적으로 연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답을 내는 것이 가능할까요? (
@yongja7)
인간이 만들어놓은 데이터들과 패턴들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독학으로 바둑을 배운 '알파고 제로'는 어떠한가. (
@bobos85)
결국 인간도 인간의 데이터로 부터 배우는 것이니, 인공지능이 인간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게 딱히 인공지능의 한계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네요. (페이스북 김성완 님)
모두 좋은 의견, 질문입니다. 이 중에서 이번 포스팅은 대략 2, 3, 5와 관련한 답이 되겠습니다. 특히 제가 최첨단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부분은 한편으로는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틀리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자주 '최첨단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했기 때문입니다(지금까지는 주로 페이스북에서 그렇게 해왔습니다).
여기부터가 중요합니다.
2017년 가을에 이런 행사가 열렸습니다.
- 행사명 : 스마트클라우드쇼2017
- 일 시 : 2017년 9월 14일(목)~15일(금) 09:00-17:00
- 장 소 :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
- 주 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울특별시
- 주 관 : 조선비즈, 정보통신산업진흥원
- 미디어 후원 : 조선일보, TV조선, 이코노미조선
이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한 '현장 전문가' 중 한 사람이 마이크 슈스터(Mike Schuster) '구글 번역(Google Translate)'('구글 번역기'가 아닙니다) 최고 담당자입니다. 슈스터는 2006년부터 구글에서 언어인식, 기계학습, 신경망 분야 연구개발을 맡았고, 최근에는 '구글 번역'에 신경망과 기계학습을 적용한 번역 기술 개발을 주도해서, 기존의 구(句) 기반 기계 번역(Phrase-Based Machine Translation, PBMT)을 혁명적으로 개선한 구글 신경망 기계 번역(Google Neural Machine Translation system,GNMT)을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2016년 9월 27일). 구글 번역은 구글 브레인팀에서 3명으로 시작해 현재 200명 이상의 개발자가 팀을 이루고 있습니다.
(참조 기사(영어): A Neural Network for Machine Translation, at Production Scale ; 개발 과정에 대한 한국어로 된 아주 흥미로운 (번역) 기사 : 차원이 다른 구글 번역기의 도래 (1) 및 그 원문인 뉴욕타임즈 기사(영어) The Great A.I. Awakening ; 기계 번역의 이런 혁신에 대해서는 제가 쓴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의 1장 3절에서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바로 그 수퍼스타 슈스터가 한국에 와서 기조연설을 하고, 주최한 신문사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렇게 말합니다.
- “아무리 기계의 번역 기술이 좋아져도 번역기가 인간의 통·번역 활동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고 인류는 여전히 외국어를 학습해야 한다.”
- “언어는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며, “언어를 학습하는 것 자체가 도구를 쓰는 게 아니라 소통하고 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언어가 상징하는 문화를 소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 “사람의 대화는 문화적 차이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언어의 의미나 소통 중에 사용하는 표정, 제스처 등에 따라 달라진다.”
- “단어로만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번역기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시점은 어떻게 보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 “과거 사람들에게 엑셀로 편하게 수식을 계산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현재 인류에게는 보편적인 것으로, AI도 그와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인터뷰 출처)
이것이 세계 최고의 기계 번역 전문가가 직접 말한 내용입니다. 슈스터는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결코 과장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책을 쓰면서 기계 번역의 원리를 직접 들여다봤고,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하려 했습니다. 물론 이 인터뷰는 책이 인쇄되던 중에 나온 것이어서 책에 싣지는 못했지만, 슈스터와 제가 구글 번역의 원리에 대해 이미 이해를 공유하고 있는데, 권위자의 의견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기도 합니다.
기회가 되면 알파고 제로와 강화학습에 대해 포스팅하겠습니다. 요즘 너무 바빠서 차분히 글 쓸 시간이 주어지지 않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