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산 백석도서관에서 '인공지능의 철학'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잘 마쳤습니다. 반가운 얼굴들도 보았고요. 어제 도서관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새로운 부류의 글을 처음 썼습니다.
지난 글 : 애완 치킨을 아시나요? : 꼬꼬들이 있는 시골 마을 (1)
오늘은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사진 한 장 보시지요. 2015년 7월 31일 찍은 겁니다.
주인공은 소녀가 아니라 오른쪽에 도도하게 저를 지켜보는 '봄이'입니다. '봄이'는 청둥오리입니다. 앞 글에서 보여드린 꼬꼬들 말고 '봄이'도 애완 청둥오리입니다. 봄이는 마을에서 공동으로 키우는 건 아니고, 마을의 한 집에서 아들 위해 아빠가 분양 받은 놈입니다(프라이버시를 위해 고유명사는 쓰지 않겠습니다). 봄이에게는 사연이 있습니다.
원래 봄이는 형제자매가 넷이 더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모습은 굉장히 많이 자란 상태인데, 사실 병아리 오리로 다섯 마리를 분양받았더랬습니다. 어릴 때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컸어요. 그러던 그 어느날 너와 내가 심하게 다툰 그 날 이후로, 아니 동네 길냥이가 순식간에 봄이와 형제자매들을 덮친 겁니다.
생사를 건 다툼 끝에 결국 봄이만 살아남았습니다(나머지는, 네, 냥이가 다 먹어치웠습니다. 세상은 잔인합니다). 보기는 저래도 마을에서는 '용감하고 씩씩한' 놈의 상징이고, 스스로 살아남은 기특한 놈입니다. 의기양양. 이른 봄에 분양 받은 오리 형제자매는 그렇게 봄이 하나만 생존한 채 여름을 맞이하게 된 겁니다. (짐작하셨는지 모르겠는데, '봄이'라는 이름은 당시 유치원생이던 그 사내아이가 '봄'에 분양 받았다고 해서 지은 이름입니다.)
그 후로 '봄이'는 동네 냥이들을 부리로 쪼아 쫓아버리면서 패권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마을은 경사지은 기슭에 두 단으로 지어져 있는데, 수십 미터를 훌쩍 날아다니는 신공을 보여주곤 했지요. (위의 사진에서 오른쪽 아래 풀이 많이 자란 장소가, 위에서 소녀와 봄이나 노니는 장소입니다. 2015년 9월 16일 촬영.)
꼬꼬들 얘기로 시작했는데, 왜 청둥오리 '봄이'가 등장했느냐고요? 봄이의 운명은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시간이 나면 들려드리겠습니다.
저의 시골 생활기는 언젠가는 기록으로 남겨야 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이 기회에 조금씩 정리할 생각입니다.
참, 남북정상회담 성공 기원 이벤트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 참여하지 않은 분은 꼭 참여해서 스달 챙겨가세요. [통큰 이벤트] 남북정상회담 성공(Korean Peace) 기원 : 참가자 전원에게 총100SBD를 송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