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이란 책이 내 손에 어떻게 왔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책을 샀다가 딸려 온 팸플릿에서 광고를 보고 주문했던 것 같다.
책은 ‘작가로 살겠다는’ 이들에게 전하는 조언들로 이뤄져 있다. 조언 모음집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 혹은 ‘작가로서의 삶’에 관해 쓴 글을 발췌 편집한 책이다. 책 표지에 지은이는 줄리언 반스, 커트 보니것, 스티븐 킹 외 라고 적혀 있다. 이들 외 많은 작가의 조언이 실려 있단 소리다. 존 위너커가 엮었고 한유주 작가가 옮겼다.
글쓰기나 작가로서의 삶에 관해서는 이미 몇 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김연수 작가가 쓴 <소설가의 일>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기억에 남는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읽었던 책들인데 글이 주는 여운이 길었다.
김연수 작가는 책에서, 초고의 역겨움(표현이 맞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을 견뎌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했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가 되려면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은, 특히 소설은, 재능 있는 사람들만이 쓰는 것이며 그들에게는 특별한 비법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두 책을 읽고 그 생각이 완전히 깨졌다.
작가는, 글쓰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될 수 있는 게 아니고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야 될 수 있는 거였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 들었던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에피소드가 떠오르는데, <쇼코의 미소>의 최은영 작가는 “소설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엉덩이로 소설을, 글을 쓰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에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실려 있다. 줄을 치며 읽었던 몇 구절을 인용해 본다.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어도 집중력을 유지하고,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거절을 당해도 오뚝이처럼 일어선다면 다른 이들을 넘어설 수 있다. -다이앤 애커먼
글부터 써라. 술은 나중에 마시자. 글을 쓰려면 따뜻한 몸, 규칙적인 식사, 사랑받는 기분, 그리고 멀쩡한 정신이 필요하다. -패트릭 맥그래스
당신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닌 존재이고 당신에게는 모든 권리가 있다. 열정을 갖고 말하면 많은 사람이 들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살아가기 위해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야기로 인해 살아간다. 당신의 이야기가 삶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리처드 로즈
영원히 살 것도 아닌데 기다리고만 잊지 마세요. 지금 시간을 만드세요. 일주일에 단 10분이라도 말이죠. -내털리 골드버그
좋은 작가가 되려면 절대적으로 맑은 정신으로 글을 써야 한다. 건강 상태도 좋아야 한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결국 필요한 것은 단순히 고독이다. 내면의 위대한 고독. -라이너 마리아 릴케
작가로서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쉬지 않고 읽는 것이다. -데이비드 렘닉
성공한 작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유일한 요소는 끈기다. -소피 버넘
비결 따위는 없다.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 전부다. -엘모어 레너드
지금 보니 내 마음에 와닿았던 조언들은 주로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쓰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으며, 노력한다면 더 잘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말들에 위로받았다.
이 책이 내게 뜨거운 울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언을 전하는 이들이 ‘사람과 자연, 세계에 대한 따뜻한 관찰과 기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겸손한 자세로 자신이 속한 세계를 바라보고 긍정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에서 작가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삶에 대한 바른 태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비록 내가 작가로 살고 싶지 않더라도 말이다. 작가가 될 수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