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후 손실된 상품리스트업을 진행하면서 느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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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후 손실된 상품리스트업을 진행하면서 느낀점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개인편의점에서 불이나서 요즘 정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처음 보시는 분들은 먼저 작성한 두 글을 보시면 상황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개인편의점에서 불이 났어요. ㅠ.ㅠ

- 화재 이후 첫 업무일 - 화재보험 손해사정인을 만나다.

역시 제일 힘든 것이 손실된 상품리스트업을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의 난관을 적어봅니다.

- 엄청나게 많은 상품

손해사정인이 "재고 및 손해명세" 양식을 주면서 손실된 상품을 적으라고 하였습니다. 한장에 16줄이네요.. 10장 정도주고 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자랍니다. 50장을 복사해서 적었습니다. 또 모자랍니다. 50장을 더 복사했습니다. 그런데.. 또 모자랐습니다. 더 복사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A4용지 절반 크기의 메모지에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한 권 이상 적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많죠.. 단순히 상품 종류가 많은 것이 아닙니다. 상품이 종류별로 나란히 진열되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적은 상품이 나중에 또 나오게 되면 또 적어야 합니다. 그러니 적는 것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 실내에 남아있는 매연가스

매연가스가 아직도 빠지지 않은 실내로 들어가서 물건을 가지고 나와야 합니다. 연세가 많은 부모님이 그 속에서 일을 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와 형님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만.. 저는 개인사업이 신통치 않으니 시간이 좀 자유스럽지만 형님은 짬짬히 시간을 간신히 내야하는 정도 입니다. 다행히 멀리서 이모와 이모부께서 오셔서 도와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물건을 담을 박스상자의 부족

가게 내에 꽉차있는 상품들을 모두 상자에 담아야 합니다. 그러나 담을 상자가 없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빈상자는 폐지줍는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내놓기가 무섭게 가지고 가시지요. 형님은 차로 돌아다니면서 상자를 구해오고 아버지는 동네에 돌아다니면서 상자를 구해오고 멀리서 오시는 친척도 그 동네에서 구해오고... 그렇게 상자를 구해서 시작했습니다. 폐지를 주으러 돌아다니는 분들이 가게 앞에 종이상자가 많으니 그것을 가지고 가도 되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더군요. 그래서 오히려 그분들에게서 상자를 우리가 구매해서 또 모았습니다. 한 분은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하고 말씀드리니

그냥 쓰세요. 저보다 여기가 더 급한 것 같네요.

하더군요. 그리고 그분은 돌아다니면서 모은 박스를 모두 우리에게 가져오셨습니다. 그 분은 리어커에 음악을 틀어놓고 돌아다니시는 분이셨습니다. 힘들게 살지만 그렇게 음악을 가까이 하는 분은 역시 다른 분들과 다르시더군요.

- 프라스틱 상자도 필요

편의점에는 술이 있습니다. 술 종류에는 캔도 있지만 유리병으로 된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깨질 우려가 있으니 프라스틱 상자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것은 형님이 돌아다니면서 구해왔습니다. 다행히 형님도 내근직이 아니고 돌아다니는 사업을 하고 계십니다.

- 적재할 공간의 부족

물건을 내부에서 밖으로 빼내면 어딘가 적재를 해야 합니다. 그냥 가게 앞 길에다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정말 다행히도 저희 부모님 집은 가게와 바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가게 밖에 있던 제품들을 모두 부모님 집안에 쌓아놓고 그 제품이 있던 공간에 쌓았습니다. 정말 다행히 하나하나 해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거래처의 협조가 큰 도움

가게에 납품을 해주는 거래처에 밖에 박스채 쌓아두었던 술, 물 등을 잠시 싣고 갔다가 나중에 인테리어가 끝나면 다시 가져와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흔쾌히 해주셨습니다. 이런 것 들은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부모님 집에 모두 쌓아 둘 수 없는 것이였는데 거래서에서 감사하게도 도와주시었습니다.

-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것이 큰 행운

화재로 누군가 다친 상황이라면 정말 너무너무 어려워집니다. 병원도 왔다갔다해야하고요. 더욱이 매장안에서 인명사고가 났다면 정말 그 안에서 손실상품을 파악하려고 들어가서 있는다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업자 등록증, 통장, 주민등록증 등의 각종 서류가 소실되면 이것을 재발급 받아야 합니다. 행정업무를 보아야하는데 대표가 상해를 입었다면 행정업무를 보는 것도 상당히 어려워집니다. 중요한 서류는 다른 곳에 빽업을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매입단가를 파악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손실된 상품의 리스트업이 마무리되면 매입단가를 찾아서 기재해야 합니다. 첫번째로 언급한 대로 상당히 많은 제품의 매입단가를 찾아서 기재해야 합니다. 이것은 제가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시간날 때마다 가게에서 도와드리기도 했고요. 어머니가 손으로 적은 것을 카톡으로 찍어서 제게 보내주면 제가 주문하고 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습니다.

- 정리하며..

지금 컴퓨터 앞에서 잠깐 생각해도 몇가지가 생각이 나네요. 이전에 적은 글에 화재현장을 정리해 주는 사회적기업을 라디오인가 팟캐스트인가에서 들었다고 언급했는데요. 직접 격고나니까 이런 기업이나 단체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희들의 경우는 정말 행운이라 생각이 됩니다. 나름 하나하나 해결해가고 있습니다만 여건이 되지 않는 곳이라면 빨리 이런 것을 처리해 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업주 입장에서도 비용이 들더라도 일주일 정도에 이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일주일 정도면 소방서에서 화재원인 등을 파악해서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면 보험사와 협의해서 그 다음 단계로 진도를 나갈 수 있습니다. 피해액 산출하는 데 시간이 오래걸려서 대부분 늦어진다고 합니다. 그럼 가게를 재 오픈하는 날짜가 계속 밀리는 것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해서 재오픈을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매장을 운영하시는 분들 뿐만아니라 사무실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위 내용을 꼭 참고하시고요. 언제든지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 화재 입니다. 잘 준비해 두시기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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