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깜깜한 새벽이다. 근린공원으로 향하는 이 시간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하다. 가로등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어둠을 바라보며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며 서 있고, 신호등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정상 근무시간이 아닌지 연신 노란 눈을 깜빡거리고 있다.
근린공원에 다다르니 새벽운동 나오신 어르신들만 간간이 지나가신다. 겨울 날씨 치고는 그리 낮은 기온은 아닌듯 싶다. 천천히 맨발걷기를 하며 메모장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한 바퀴를 돌고 나니 발끝으로 전해오는 기운이 조금씩 달라진다. 보온 의류를 입은 몸에는 땀이 살짝 나려하지만 왼발 발가락 끝이 특히 시려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견딜만 하다.
지구별 맨살에 닿는 발바닥에 나의 모든 의식을 집중해 본다. 방금 지나온 곳은 유난히 차갑다. 나의 흐트러진 마음을 확 깨어나게 하기에 충분하다. 오늘은 천천히 걷기로 한다. 속도나 거리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오직 걷고 있는 행위와 발바닥이 전해주는 느낌에만 집중해 보기로 한다.
걷다 보면 가로등 불빛이 환하여 두팔을 활짝 펴고 미소 지으며 나를 반겨주는 듯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둠에 휩싸여 잔뜩 웅크리고 앉아 무거운 마음에 짓눌려 있는 듯한 곳도 있다. 실제 내가 발 딛고 지나온 풍경일수도 있고 나의 마음속 풍경일 수도 있다. 실제로는 아닌데 나의 마음상태에 따라 다르게 보이거나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오른 손이 시리다고 말한다. 왜 나만 추운데 나와서 쉬지도 못하고 일해야 하느냐고 불평하고 있는 듯하다. 그 순간에도 온몸으로 지구를 감싸고 있던 양 발바닥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나를 가만히 들여다 본다. 나의 마음은 지금 어느 쪽인가. 하루하루 불평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고난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는가.
이번엔 장갑을 끼고 있어 시리지는 않지만 휴대폰을 쥐고 있는 왼손이 말한다.
"온몸이 저리고 뻐근해 죽겠어."
묵묵히 땅을 딛고 걸어가는 발바닥, 부지런히 자판 위를 뛰어다니는 오른손 그리고 온몸으로 휴대폰을 지탱하고 있는 왼손.... 이들을 한눈에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나~!
문득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일을 하고는 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내면의 성장을 이루어가는 이가 있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불평불만을 하는 이들도 있다.
내 몸의 각 부위가 느끼고 행동하는 모습을 내 마음이 바라보고 있다. 내 몸의 각 부위가 바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며, 이들의 삶을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는 내 마음이 곧 우주를 관장하고 계시는 하느님(종교에서 말하는 것이 아닌), 우주만물을 창조하신 조물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바퀴를 돌았는지는 알 수 없다. 시간상으로 보면 거의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글쓰기에 몰입하다 보니 발이 시린 줄도 몰랐는데 갑자기 발가락과 발등이 얼얼한 느낌이다. 매순간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 달라질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또한 어느 한 가지에 몰입하는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도 깨닫는다.
주변이 제법 희끗하니 밝은 기운이 번져나고 있다. 이제 맨발걷기를 마무리 해야 할 시간이다. 오직 걷기와 메모장에 글쓰기에만 집중하였더니 어디 먼길을 돌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돈 들이지 않고 걷기를 통해 혈액순환을 돕고, 다리의 근력을 기르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여유로운 휴일 아침이 감사하기 그지 없다. 주중에도 일과를 조금만 늦게 시작한다면 매일 이렇게 여유롭고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무엇을 위해 매일 이른 아침부터 그렇게 서둘러야하는 걸까. 종착역이 어딘지도 모르고 오직 앞으로만 내달리는 무한경쟁의 열차에서 내려 다함께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들여다 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마지막으로 인증샷을 찍고 오늘의 맨발걷기를 마무리해야겠다.
지구시민 모두가
내 삶의 당당한 주인으로 살아가는,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