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거울 앞에 앉던 날이 있었다. 아무리 늦어도 밥을 걸러도 화장은 하고 나가야 했던 날들이. 난 사실 화장을 잘 못한다. 화장을 하면 변신하는 사람들이 감탄스럽지만 화장술은 나에게 카메라 기술만큼 살면서 늘 미루는
것 중 하나다. 제주에 살면서, 직장을 다니지 않으면서 자유로운 것 중 하나가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기초화장품만 아침저녁으로 꼼꼼히 챙기고 나갈 땐 자외선 차단제로 끝. 겨울엔 늘 입술이 트니 립밤도. 메이크업 학원까지 다닌 지인이 제주에 내려와 나와 여행을 하던 중, 내게 화장법을 알려준다며 일
단 화장품 가게로 데리고 갔다. 메이크업 제품을 고르며 나보다 신난 그 친구. 고마웠다. 너도 필요한 거 있으면 하나 골라, 내가 사줄게. 그렇게 화장품들을 들고 카페로 이동.
제주 카페, 노아
제주에 산 지 4년째,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 화장품을 샀는데 화장품 이름까지 생소하다.
집에 잠깐 들러 원래 있었던 기본 메이크업 화장품도 들고 나가 화장법을 배우려는데.
일단 음료부터 먹자.
자, 이제 화장해볼까. 잠깐. 뭐가 뭔지 모르겠으니 간단히 스케치만 하고 화장품 이름들을 적어놓고 시작하자.
드로잉
스케치만 하니까 좀 허전하네. 채색 살짝 할게. 그렇게 채색까지 했는데... 왠지 화장법을 다 배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 화장은 하지 않는 걸로 하고 설명만 들었다. 그 친구는 몹시 안타까운 듯. 괜찮아. 앞으로 이 화장품들 마르고 닳도록 열심히 화장하고 다닐게.
18-266 카페 노아에서 (겟코소 수채물감 / 뮤즈 왓슨 190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