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름이 올 것 같은 바람이 분다.
하필 제일 좋아하는 이 계절에 너를 만났을까.
우리는 이 계절에 왜 그렇게 자주 마지막 버스를 같이 탔을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을까.
괜히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쳐 버린 걸 모른척 했을까.
작년의 나는 마음이 너무 선명해서 너의 모든 기억이 더 선명해.
오늘 같이 바쁜 일상들이 싹 걷혀버리고
온전히 나처럼 호흡하며 하루를 보내는 날이면 그 기억들이 더 선명해져.
이렇게 욱신욱신할 걸 알았더라면 너와 그렇게 많은 산책을 하지 않았을텐데.
그렇게 많은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을텐데.
그렇게 자주 아침 기차를 같이 타지도 않았을텐데.
유난히 기억력이 좋아 나에 대해 다 아는 척 하던 너도 종종 나같은 마음이 들까.
우리는 이제 사람들이랑 우르르 섞여 20대의 한 시절을 함께
고군분투 하던 의리있는 친구처럼 만나게되었지만 나는 아직 어색해.
어색하게 웃는 너도 견디질 못하겠어.
내가 좋아하던 이 계절에, 이 거리에, 이 시간에 너와 함께 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다 까먹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너를 부정하면 그만이겠지만
그러면 나를 부정하는 것 같아 꿀꺽 삼켜버릴까해!
그래도 모든 것이 선명해 견디기 어려웠던 그 때
지침서가 되어줬던 너에게 고마워서 너를 좋은 기억으로 두려해.
안녕은 늘 어려워서 잘 될 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