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프의 결혼식 전야제 :: 잠이 오질 않는 밤
일을 그만 두고 서울로 올라온지 한달도 안 되어
오랜만에 부산으로 내려 간다.
소꿉친구는 J는 10년간 한 남자와 연애를 했고
무사히 결혼준비를 마쳤으며
이제 한 남자와 오래도록 함께 하자는
예쁜 약속을 했다.
그들은 신입생 병아리 시절에 만나 서로가 여자가 되고
남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냉해와 태풍에 시달리며
이모작을, 삼모작을, 이 씨앗도 심어볼까,
이 농약도 뿌려볼까
영농후계자처럼 복잡다단한 시도와 노력의 터널을
지나온 내가 새삼, 음.... 아니지 부끄럽지는 않다.
하지만 십년을 넘게 키워 꽃을 피운 내 친구에게는
정말이지 경외감을 품게 하는 그 무엇이 풍긴다.
동경하지만 가질 수 없는 진득함이라 정말 부럽고 신기하다.
만리 너머까지 향이 퍼지는 꽃이 있다면 아마도..
물론 그 마음속에도 때때로 태풍은 치고 냉해도 오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그 기나긴 시간. 그 힘. 그리고 고요한 열정.
문득 입맛이 쓰다.
그래도 12시가 넘었으니 이제 내 친구의 날,
누구보다 힘껏 축복해주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