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벨룽겐의 노래] 발췌 6

Words
153
Reading
1 min
Listen
Play
9y

크림힐트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지크프리트를 사랑하던 그 앳된 소녀의 얼굴은 사라졌으나, 여인으로서의 자태는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 동그랗고 순수하던 눈은 농염하게 짙어져 있었고, 사소한 일에도 쉬이 웃던 입가는 이제 드물게 움직일 뿐이나 그때마다 묘한 미소로 사람을 사로잡곤 했다. 그녀가 앉아 있는 모습은 우아했으나 어딘가 치명적인 비밀이 감추어진 것 같았다. 그 비단 옷과 차가운 얼굴 안에는 어떤 것이 숨겨져 있을까, 그녀를 본 뭇 남성들은 그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칠 년 간 그녀는 왕비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보였으나 또한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았다. 훈족의 젊은이들 중 이 이방인 왕비를 위해 목숨을 바칠 이들은 많았다. 아틸라 왕도 군터 왕도 그녀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 아틸라는 군터 왕을 마음으로 환대했고 장대한 부르군트의 기사들을 좋아해 그들로 하여금 시중을 들게 했다. 부르군트와 훈국의 무리들은 한데 뒤섞여 있었고 그 중 하겐은 늘 중무장한 채로 잠도 자지 않았다. 암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연회장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의 남편과 오빠, 그리고 고향 사람들이 모두 있는 연회장에 불을 지르는 방법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