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가 섹스에 대해 쓰면 겉멋이 들었다는 평가를 받더라. 실제 문단에 데뷔한 내 친구는 그래서 내게 어설프게 일본 소설을 베낀 것 같은 베드씬은 쓰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 근데 난 작가도 아닐뿐더러 데뷔를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일본 소설을 읽지 않은 지는 십년이 넘었으니 별 상관없지 않은가 싶다.
그 데뷔한 친구는 인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기억에 대해 쓰라고 조언했는데, 내게 있어 그런 기억이란 이십 대 끝자락에 만난 지 삼십 분 만에 관계를 가졌던 막 대학을 입학한 신입생이 69자세를 취했을 때의 비쥬얼이다. 야설보다 더 야설 같은 사건이었지. 이렇게 말했다가 문자 그대로 친구에게 한 대 맞았다.
어차피 이제 살인을 저지르고 자살을 하려는 마당에 달리 이 사회에 대해 쓸 것은 없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고 상시 발정이 나있는 인간은 교화의 대상이 아니다. 난 보통은 섹스를 할 때가 가장 좋았다. 죽음을 눈앞에 둔 이 시점에 사진첩을 정리하듯 관계를 가졌던 여자들과의 일이나 정리하고 싶다.